드러나는 ‘드루킹’ 사건의 전말…공범 ‘서유기’도 영장

입력 2018-04-18 17:19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모(48)씨 일당의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김씨의 핵심 공범으로 밝혀진 ‘서유기’ 박모(30)씨에 대해서도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필명 ‘서유기’로 활동한 박씨는 이번 댓글조작 사건에 사용된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해온 인물이다. 경찰은 박씨가 매크로를 어떤 경로를 통해 얼마에 구매했는지 등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해 1월 17일 밤 10시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문재인 정부 비판 댓글 2개에 600여차례씩 ‘공감’을 클릭해 여론 형성을 유도한 바 있다.

박씨는 이들 조직이 운영자금을 벌기 위해 느릅나무 출판사와 같은 건물에 차렸던 비누·주방용품 제조·판매업체 ‘플로랄맘’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들은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 주최한 강연과 비누·주방용품 판매 등으로 운영자금을 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공모 1년 운영비가 1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은 자금을 댄 배후가 있는지 추적하고 있다.

또 ‘서유기’ 박씨는 온라인상에도 활발하게 정치 게시글을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등에 문재인 대통령 활동상을 담은 뉴스를 수차례 스크랩해 올리거나 김경수 의원 페이스북 글을 캡처해 다른 커뮤니티에 공유하기도 했다.

또 다른 공범으로 지목되는 우모(32)씨는 ‘드루킹’ 김씨와 함께 이미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우씨는 활동 지침을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지침에는 ‘크롬을 이용하라’ ‘새로고침하다 10위권 밑으로 내려가면 알려라’ ‘북한·평창·가상화폐·최저임금 기사 위주로 선별하라’ 등이 포함됐다. ‘드루킹’ 사건은 이 지침이 노출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외에 김모(29)씨와 현재 구속된 양모(35)씨를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드루킹’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한 사실만 드러난 상태다.

이들 5명은 경찰이 지난달 21일 파주 느릅나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을 때 현장에 있다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느릅나무에 매일 20∼30명이 드나들었던 것으로 보고 추가 공범을 쫓고 있다.

한편 경공모에서 활동한 적 있는 회원들은 ‘드루킹’ 김씨가 “주문을 외우라” 같은 ‘사이비 종교’에 가까운 주장을 했다고 털어놨다. 또 자신을 ‘추장’으로 부르게 하면서 회원들을 ‘노비’ ‘우주’ 등으로 나누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