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14년 노조탄압 등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노조원 염호석(당시 34살)씨의 노동조합장을 앞두고 경찰이 주검을 ‘탈취’하는 과정에 삼성 측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당시 노조와 노동·시민단체들은 삼성 측 개입 의혹을 제기했지만,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를 부인했다.
17일 SBS는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삼성 측이 시신을 넘기라며 염씨 가족을 회유한 정황이 담긴 녹취 파일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SBS는 이날 2014년 5월 염씨의 유족과 노조원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녹취 파일 속 유족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삼성 측이) 장례도 다 치러주고 다 해줄 테니까 합의서를 적으라고 해서… 우리(삼성)는 보상은 확실히 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2014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업 도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염호석씨의 사건을 은폐하는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3년 7월 출범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단체협약 체결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삼성 측은 노동조합 조합원이 많다는 이유로 해운대 서비스센터, 춘천 서비스센터 등을 폐업시키며 노조 활동에 강경 대응했다.
검찰이 확보한 삼성의 노조 파괴 문건에는 노조 가입자가 절반이 넘으면 아예 직장을 폐쇄하라는 지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11일 "문건에 전체 직원 가운데 노조 가입 비율이 절반을 넘어선 서비스센터는 무조건 직장폐쇄를 취하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반드시 시행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경남 양산분회장이던 염씨는 사측의 압박에 시달리다 2014년 5월 17일 "지회가 승리하는 날 화장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염씨가 숨진 바로 다음 날, 경찰은 시신이 안치돼 있던 서울의료원 장례식장에 3개 중대를 투입해 시신을 다른 곳으로 숨겼다. 이후 염씨의 아버지는 염씨의 장례를 노동조합장에서 가족장으로 변경했다. 노동조합장으로 치러질 예정이었던 염씨의 장례식이 갑작스럽게 가족장으로 변경되면서 삼성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삼성 측은 이를 부인했다.
녹취 파일을 확보한 검찰은 장례식장에 경찰을 투입한 과정에 삼성 그룹 고위 관계자가 개입한 것으로 판단, ‘고 염호석씨 시신 탈취’ 과정에 개입한 삼성 그룹 관련자들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