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6개월 기획수사 끝에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범죄 수익을 거둔 수십명에게 탈세 혐의를 적용, 2000억원대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18일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73명을 적발했으며, 이 중 45명은 도박장소 개설 또는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하고 21명은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소된 45명 중 18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재판에 넘긴 45명 중 23명에게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의 탈세액은 1000억원 가량이며 수사 중인 사안까지 포함하면 2000억원을 웃돈다. 과세액에 기반해 추산하면 이들이 불법도박으로 챙긴 매출은 2조원 가량으로 보인다. 검찰은 국세청에 자료를 제공하고 이들에게 세금을 물리도록 했다.
검찰이 이날 재판에 넘긴 수십명 중에는 중국 등에 사무실을 두고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하며 140억원을 탈세한 성남 국제마피아파 출신 이모씨(38) 등 일당 16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범죄수익으로 고가 차량을 리스해 타거나 고액의 시계를 차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고, 사건 관할 경찰에 3700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도 확인됐다.
그동안 학계 등에서는 불법 소득이나 위법 사업에도 세금을 물릴 수 있다고 해석해왔지만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전까지는 도박사이트에도 세금을 물릴 수 있을지 불분명했다. 때문에 도박사이트운영 측은 큰 이익을 거두고도 도박장소 개설 등의 혐의로만 처벌받았다. 이는 형량이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000만원 이하로 규정되는 범죄다.
이번에 적용한 조세포탈 혐의는 액수가 10억 이상인 경우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며 포탈액의 2~5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릴 수 있다. 검찰은 이런 혐의 적용을 통해 범죄수익을 최대한 박탈하고 관련 조직 자금원을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은 엄청난 범죄이익을 거두고 있다”면서 “적발돼도 형량이 높지 않아 ‘몇 년 살고 나오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혐의로 복역하고 출소한 이들도 또 조세포탈 혐의로 추가 기소 및 재구속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밖에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답십리파, 고흥파, 신미주파, 유성파, 신유성파, 21세기파, 익산 대전사거리파, 해남십계파 등의 조직원들도 재판에 넘겼다.
김종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