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룡 9단 성폭행 의혹… 바둑계도 ‘미투’

입력 2018-04-18 14:05
바둑 해설가 김성룡(42) 9단. 뉴시스.

바둑 해설가 김성룡(42) 9단이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의혹에 휩싸였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여자 프로기사 A씨가 한국기원 프로기사 전용 게시판에 과거 김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17일 게시했다.

A씨는 “요즘 미투 때문에 옛날 기억이 다시 돌아왔다. 어떻게든 잊으려고 했던 시간인데 역시 그럴 수 없다”고 글을 시작했다. A씨는 2009년 6월 5일 김씨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고 한다. 같이 오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며 술을 많이 마셨고, 김씨의 권유대로 그의 집에서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깬 A씨가 목격한 것은 자신의 몸 위에 있는 김씨였다. 옷은 모두 벗겨져 있었다. A씨는 “그가 나를 강간하고 있는 상태에서 눈을 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혼자만의 고통을 감내하는 9년 동안 김성룡은 종횡무진으로 활동했다.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보면 내가 얼마나 무섭고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는 것 같다”면서 “내 마음이 어땠는지 느꼈으면 한다. 그의 진짜 모습을 알려주고 싶고, 누구도 나와 같은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A씨 글이 게재된 뒤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김씨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해명자료를 준비 중이다.

김씨는 재치 있는 해설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특별대국 때도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바둑리그 감독, 한국기원 홍보대사, 바둑 도장 운영 등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은 A씨의 폭로가 나온 날 임시 운영위원회를 열고 윤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2차 피해의 최소화에도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