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원 김모(49·닉네임 드루킹)씨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댓글 조작 사건이 문재인 대통령 부부에게까지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김정숙 여사가 대선 때 김씨 주도의 정치그룹을 언급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당시 후보였던 문 대통령과 김씨의 연관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알고 한 것이 아니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여사가 지지그룹의 응원전을 보고 ‘문팬’이라고 생각해 간 것이지 ‘경인선’을 알고 그런 건 아닌 것으로 안다”고 18일 한국일보에 밝혔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 여사가 지난해 4월 3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투표일에 참석한 모습을 포착한 영상이 확산됐다. 이는 지난해 유튜브에 게시됐던 것으로 경인선 블로그에도 올라왔다. 경인선은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의 줄임말로 김씨가 개설해 운영했다고 알려진 오프라인 정치그룹이다.
영상 속 김 여사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던 중 “경인선도 가야지. 경인선에 가자”고 했다. 김 여사를 수행하던 경호원이 “내려가야 한다”고 말렸지만 김 여사는 “경인선을 간다”고 재차 말했다.
영상이 촬영된 장소는 더불어민주당 수도권·강원·제주 경선대회가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으로 경인선 회원 100명 이상이 모여있었다. 이들은 모두 ‘經人先(경인선)’이라고 적힌 수건을 들고 문 후보를 응원했다. 청와대 해명대로 김 여사는 이 수건을 본 뒤 경인선을 언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한꺼번에 여러 댓글이나 추천을 자동으로 올릴 수 있는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댓글 공작 아지트로 알려진 느릅나무 출판사를 운영하고,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 인터넷 카페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진보 성향의 글을 작성해왔다고 한다.
여기에 문 대통령 대선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김씨를 몇 차례 만났고, 김씨가 오프라인에서까지 문 대통령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활동을 펼쳤다는 것이 드러나며 야권에서는 국정조사와 특검 촉구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여론조작 범죄자가 대통령 후보 캠프, 민주당과 연결돼 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촛불을 통해 집권한 문재인 정권이 과연 국정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고 규탄했다.
민주당은 이에 “드루킹 사건은 ‘사생팬’이 앙심을 품고 ‘안티’가 되어 범죄를 저지른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현안브리핑을 통해 “증거도 없고, 있지도 않은 사실을 ‘가능성’ ‘개연성’ 운운하며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는 언론의 행태와 야당의 작태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지난 대선은 문재인 후보가 압승했다. 네거티브는 2등 후보가 하는 것이지 1등 후보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비공개였던 드루킹의 자료창고는 17일 오후 돌연 공개 상태로 전환됐다. 김씨와 관련이 있었던 블로그, 카페 등이 줄줄이 폐쇄되는 것을 두고 ‘증거 인멸’ 의혹이 불거지자 측근들이 이에 대응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