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드롭존 수비가 뭐길래?’
서울 SK가 2017-2018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상대인 원주 DB를 상대로 앞서는 것은 스피드다. 1, 2차전 연패 이후 3연승을 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DB의 높이에 맞서 SK가 가장 잘하는 속공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K 속공은 ‘3-2 드롭존’이라 불리는 변형된 지역방어 수비에서 출발한다.
지난 4차전까지 SK의 챔프전 시리즈 속공 득점은 무려 74점으로 DB(37점)의 2배에 달했다. 4쿼터 5분여를 남기고 DB가 추격전을 펼친 5차전을 빼고는 SK가 속공에서 모두 우위를 점했다. 5차전 속공 득점은 DB가 28점, SK는 11점이었다. 다만 SK는 5차전 1쿼터부터 드롭존 수비를 펼쳐 앞서갔고, 3점포 15방이 터지며 한때 20점 차까지 점수를 벌려 승기를 잡았다.
SK 문경은 감독은 “우리 팀의 장기인 속공을 하기 위해 드롭존을 선다. 리바운드만 잡으면 바로 속공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챔프전에서 자신감을 보여 왔다. DB 이상범 감독은 “드롭존을 깨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계속 슛 찬스를 잡았지만 들어가지 않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리즈 내내 SK는 드롭존으로 재미를 봤고, DB는 SK의 속공을 쉽게 저지하지 못했다.
보편적인 3-2 지역방어는 앞선의 세 명의 선수를 3점슛 라인을 따라 배치한다. 외곽에 자리 잡은 상대 선수를 맡은 지역에 따라 맞수비하는 형태를 취해 외곽슛을 막기 용이하다.
3-2 드롭존은 보편적인 3-2 지역방어를 변형한 수비 형태다. 앞선에 위치한 3명의 선수 중 머리(톱)에 서는 선수가 양쪽 45도에 위치한 날개 선수와 일직선상으로 자유투 라인 근처까지 처지는 형태를 띈다. 머리 역할을 하는 선수는 상황에 따라 골밑 아래 페인트존 수비까지 도맡는다. 톱에서 골밑까지 광범위한 수비를 펼쳐야 하는 셈이다.
이에 머리에 서는 선수는 기동력과 키, 농구센스를 모두 갖춰야 드롭존 수비를 실행하는데 무리가 없다. 톱에 자리 잡은 상대 가드와 간격을 두고 떨어져서 수비하지만 큰 키를 활용해 압박을 해야 한다. 또 골밑에 내려가서 협력수비를 가하려면 키카 큰 선수여야 효과를 낼 수 있다. 게다가 수비범위가 넓고, 속공까지 가담해야 하기 때문에 발이 빨라야 한다.
3-2 드롭존은 수비를 성공한 뒤 속공을 펴기 상당히 유리하다. 수비 리바운드를 따내면 좌우 45도 날개에 서는 2명의 발 빠른 선수들이 이미 뛸 준비를 마친다. 상대가 골밑(페인트존)으로 공을 투입하거나 돌파를 시도하면 가운데 서는 선수가 내려와 협력수비를 가해 상대 실책을 유발한 뒤 곧바로 속공이 이뤄진다. 이번 챔프전에서 SK는 언급된 두 가지 형태를 적극 활용해 속공을 전개했다.
SK는 정규리그에서 199㎝의 큰 키에 기동력과 농구센스까지 갖춘 포워드 애런 헤인즈가 드롭존 수비의 핵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헤인즈가 무릎부상으로 떠난 챔프전에서는 드롭존 수비가 효과를 낼지 의문이었다. 헤인즈 대신 영입한 제임스 메이스는 공수에서 공백을 충분히 메웠지만 3-2 드롭존 수비를 할 때 핵심 역할을 하기에는 국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이에 SK는 키 크고 발 빠른 국내 포워드진을 활용해 드롭존 수비를 가동했다. 챔프전에서 최준용(200㎝), 안영준(196㎝) 등이 드롭존의 중심에 섰다. 골밑에선 최부경과 김민수 등이 궂은일을 도맡았다. 여기에 김선형과 테리코 화이트, 변기훈 등이 같이 뛰면서 SK는 속공에 방점을 찍었다.
물론 드롭존 수비도 약점이 있다. 좌우 코너 외곽슛을 수비하기가 쉽지 않다. DB는 챔프전에서 SK 드롭존이 갖는 약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거리슛은 찬스가 나더라도 골밑슛에 비해 확률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경기 초반 잘 들어가도 4쿼터까지 높은 성공률을 가져가기 쉽지 않다. SK가 경기 내내 드롭존 수비를 취하는 것도 아니어서 대응하기가 어렵다.
양 팀은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6차전을 치른다. SK는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1승, DB는 2승이 더 필요하다. SK는 드롭존으로 계속 재미를 봐야 하고, DB는 드롭존을 무너뜨려야 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