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리설주 여사”
북한 주요 매체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에게 ‘존경하는’ ‘여사’ 등의 수식어를 붙인 데에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심상치 않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는 듯 하다.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들은 15일 “존경하는 리설주 여사께서 중국 중앙발레무용단의 ‘지젤’을 관람하셨다”고 보도했다. 이날 리설주는 처음으로 김정은 없이 단독으로 당·정 간부들과 주요 행사에 참석했다.
‘존경하는 여사’라는 호칭은 1974년 김일성의 부인 김성애 이후 45여 년 만에 사용되는 것이다. 그동안은 ‘동지’라는 표현을 썼다. 최고지도자의 부인을 별도로 보도한 것 역시 김정은 체제에서는 전례없었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연구원은 17일(현지시간) CNN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에서는 어떤 것도 우연이 아니다”라면서 “하나하나의 움직임은 한 가지 이유를 위해 연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즉, 리설주의 위상을 격상시키기 위해 다분히 의도된 호칭이라는 의미다.
이어 “북한에서 ‘퍼스트레이디’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은 1970년대 김일성의 부인 김성애가 마지막”이라면서 “그 후 김일성과 김정일의 부인들에겐 ‘동지’라는 표현을 썼다”고 설명했다.
스탠거론 연구원에 따르면 ‘퍼스트레이디’라는 호칭은 리설주를 한층 더 ‘서양식 표준’ 즉, 정상적인 국가, 정상적인 지도층의 부인으로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준다. 또 오랜 공산주의 잔재의 일부를 제거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리설주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곧 북한 내 김씨 일가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또 다른 북한 연구가 피터 워드는 자신의 트위터에 “리설주가 그녀만의 개인숭배를 받고 있다”고 적었다. ‘께서’ ‘하시다’ 등 격식을 갖춘 말은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에게만 사용되어 온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CNN은 “김정은의 부인은 북한 매체를 통해 새로운 차원의 존경을 받았다”면서 “은둔 국가의 권력구조가 진화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