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팀, 요청 전화에 즉시 모니터링… 운전기사 배치하고 도착시간 안내
관악서 서초까지 총 소요시간 40여분 승객 안전 확인 후 다음 콜… 요금 2970원
이용자 “믿을 수 있는 교통 수단이지만 사용자 많아 대기 시간 늘어나 불편”
전액 시비 운영… 투석 장애인까지 확대
지난 12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서울시각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 관제팀에 설치된 6대의 전화기 모니터가 수신을 알리는 알림으로 쉴 새 없이 반짝거렸다. 장애인복지콜(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 차량)을 이용하려는 이들의 전화였다. 헤드셋을 착용한 조모 상담사가 전화를 받자 PC 모니터에는 걸려온 번호로 조회된 고객 이름과 장애급수 등의 정보가 떴다. 조 상담사는 “○○○ 고객님, 어디 계십니까”라고 물었고 출발지와 경유지, 목적지를 확인한 뒤 “차량을 알아보겠습니다”라고 안내했다. 약 15초가 흐르자 또 다른 전화가 걸려왔다.
그 시각 관제팀 대형 모니터에는 현재 대기를 기다리는 요청과 운행 중인 차량 현황이 숫자로 표시됐다. 또 서울 전역을 누비는 120대의 차량이 고객을 태웠는지, 어디로 이동하는지 지도에 표시됐다. 관제2팀 임재홍 팀장은 “장애인복지콜은 단순히 목적지까지 시각장애인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용무를 보거나 승하차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이동을 지원하는 서비스까지 포함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동사무소에 가서 관련 서류를 떼거나 물건을 사는 것까지 함께 도와주고 이동을 지원한다.
오후 2시47분 관제팀에는 2급 시각장애를 가진 A씨(47)가 관악구 한 아파트부터 서초구 대한안마사협회까지 이동하고 싶다는 요청이 접수됐다. 인근에 있던 7년차 경력의 운전사 안희석씨가 배차를 신청했다. 출발 전 안씨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안녕하세요. 기사 안희석입니다. 10분 후 도착할 예정입니다”라며 배차가 됐음을 안내했다.
관악구 한 아파트 입구에 다다르자 안씨는 다시 한 번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가 곧 도착하니 현관까지 내려오라는 요청이었다. 안씨는 “시각장애인 승객이라고 해서 집 앞까지 가서 안내를 하면 오히려 개인정보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관까지 내려올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미리 안내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이 도착하자 A씨가 현관 앞에 서 있었다. A씨의 경우 시력이 약하게 남아있어 차량이 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지만 전맹 시각장애인의 경우 직접 안내를 해서 차에 탑승하도록 돕는 것부터가 기사의 역할이었다. 안씨는 “처음에는 시각장애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 신발을 신는다거나 외투를 입으려고 하는 것까지 도와주려 했었다”며 “시간이 오래 걸려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는 걸 일을 하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저시력 장애인이지만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멀리서 버스 번호를 확인하기가 어렵고 카드를 찍는 단말기를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을 제대로 듣지 못하면 목적지에 내리지 못할 때도 많다. A씨는 “장애인복지콜은 시각장애인들이 목적지까지 편하게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라며 “탑승을 원하는 시각장애인은 많은데 차량은 한정적이라서 기다릴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 뿐 아니라 중앙정부까지 나서서 적극 지원을 해주면 차량과 기사가 늘어나 편리할 것 같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오후 3시33분에 도착한 A씨는 2970원을 결제했다. 장애인복지콜은 강동과 강서를 가로지르더라도 비용이 4000원에 불과하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린 안씨는 A씨에게 “오른쪽이 차도여서 왼쪽으로 내리셔야 한다”고 안내했다. 안씨가 차 문을 열어 A씨의 하차를 도왔다. A씨는 안씨의 팔을 잡고 건물 안까지 들어갔다. 안전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안씨의 업무는 끝났다.
차로 돌아오자 오후 3시45분 다음 이동 요청이 들어왔다. 서초동에서 3호선 경복궁역까지 이동을 원한다는 콜이었다. 차에 탄 이현규(42)씨와 박현수(46)씨 역시 저시력 장애인이다. 익숙한 출퇴근길은 지하철을 이용하지만 업무 때문에 다른 지역을 갈 때는 장애인복지콜을 이용한다. 지하철은 안내방송이 잘 나오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어 버스보다는 편리하지만 초행길은 지하철 출구 표시가 잘 보이지 않아 당황할 때가 많다.
박씨는 “장애인복지콜 기사는 시각장애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승하차를 안내해주고 관공서 서류를 떼러 가더라도 장애인복지콜 기사들이 도와준다”며 “불편함을 함께 해 주는 ‘가족’”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대기하는 시간도 길어진 만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랐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장애인복지콜은 2005년부터 전액 시비로 운영되고 있다.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제도지만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투석 치료를 받는 신장 장애인까지 이용 대상자가 확대되면서 이동 수요를 분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올해 서울시는 콜 처리율을 높이기 위해 시스템 구축에 예산을 투입해 대기시간을 단축시키는 데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또 운전원에 대한 친절·안전 운전, 장애인 인권 강화교육을 지원해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입장이다.
글·사진=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