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항소 포기 왜?… 정치적 명분 쌓기, 특사 등 후일 도모

입력 2018-04-18 06:27
뉴시스

징역 24년을 선고받은 박근혜(사진) 전 대통령은 끝내 항소하지 않았다. 일견 불리해 보이는 선택이다. 박 전 대통령은 두 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항소를 포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최종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중형이 선고될 거라면 의도적으로 권리를 포기해 정치적 명분을 쌓겠다는 셈법이다.

17일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재판에 나와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 당연히 유리하다”며 “박 전 대통령의 항소 포기는 일반적인 사법제도의 관점을 초월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또 “피고인만 항소한 경우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에 따라 1심보다 높은 형을 선고할 수 없지만 검찰만 항소했을 경우 1심보다 형이 가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국정농단 수사와 재판 모두 정권 차원의 보복이고, 자신은 피해자라는 것을 강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재판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의 정당성을 희석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판결에서 인정된 뇌물액만 36억원”이라며 “이미 중형이 예견된 상태에서 굳이 법정 공방을 벌여 재판부 판단에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형을 확정해 놓고 정치적 투쟁을 통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특별사면을 이끌어 내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적어낸 항소이유서에 적힌 사유만 심리하게 된다. 물론 재판부 직권으로 그 외의 사유에 대해서도 살필 수 있다. 이론적으로 감형이 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형이 너무 가볍다며 검찰만 항소했는데도 오히려 더 낮은 형이 선고된 사례도 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불법 총선 개입 첫 재판에도 불출석했다.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피고인이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출석하지 않았다”며 6분 만에 재판을 종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궐석(闕席)으로 진행할 수 있다”며 19일에 다음 기일을 진행키로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