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우리가 당해봐서 아는데… 與, 늪에 빠졌다”

입력 2018-04-18 06:17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천막을 치고 원내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부터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무기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뉴시스

텔레그램 메시지 전부 공개 요구…김경수·김기식 특검법안 제출
홍준표 “실세들이 무너지면 정권이 바로 무너진다” 일침
바른미래, 드루킹의 안철수 비방 文캠프와 연관 여부 수사 의뢰

자유한국당은 여권이 더불어민주당 당원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의 올가미에서 쉽게 빠져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의 특성상 해명이 쉽지 않고, 출구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한국당의 판단이다.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으로 치명상을 입었던 한국당 내부에서 “우리도 당해봐서 아는데, 여권은 지금 늪에 빠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 한국당 의원은 17일 “수사 결과가 나와도 국민들이 완벽하게 수긍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모(48·닉네임 드루킹)씨가 김경수 민주당 의원에게 2016년 11월부터 지난 3월 20일까지 1년5개월 동안 147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김 의원이 몇 회나 답신을 보냈는지 여부는 설명하지 않았다.

야권은 검찰과 경찰을 향해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을 전부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메시지가 모두 공개된다 해도 논란이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의원을 둘러싼 ‘스모킹 건’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은폐 의혹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한국당 의원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논란의 경우 김 원장 자진 사퇴만 받으면 명쾌하게 끌날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어떤 결말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권이 김 의원을 내칠 수도, 그렇다고 안고 갈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표는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중앙위 한마음 필승 전진대회에서 “집권 1년차에 이렇게 무너지는 정권은 처음 봤다”며 “일하던 실세들이 무너지면 정권이 바로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댓글 조작 의혹을 규탄하는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어 본관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무기한 철야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한국당은 또 김 의원과 김 전 원장의 영문 이니셜을 딴 이른바 ‘KS 쌍끌이’ 특검 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및 김경수 의원 등 연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안’과 ‘김기식 전 원장의 뇌물수수 등 범죄 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이다.

바른미래당도 이 사건을 ‘19대 대선 여론조작 게이트’로 규정하며 맹공에 나섰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문재인정권은 그토록 적폐라고 욕하던 박근혜정권과 똑같다”며 “문재인정권의 몰락도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은 명백한 부정선거이자 국기문란 범죄”라며 “국회는 즉각 특검을 임명하고,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특별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철 원내대표 등은 대검찰청을 찾아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지난 대선 당시 김씨(드루킹)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비방 활동과 문재인 캠프와의 연관관계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 야권은 또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홍장표 경제수석의 경질을 촉구하며 전선을 넓혔다.

하윤해 이종선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