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물벼락 갑질’로 시작된 파문이 경찰의 정식 수사로 이어진데다, 대한항공 전·현직 임직원을 중심으로 조 전무와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질’에 대한 추가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조 전무 가족에 만연한 갑질과 ‘세관 프리패스’ 의혹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미국 국적인 조 전무의 진에어 등기임원 재직 관련 전면조사에 나서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조현민, 대행사 직원에게 매실 음료 뿌려”
서울 강서경찰서는 참고인 조사를 통해 조 전무가 지난달 ‘물벼락’ 미팅에 참석했던 대행사 직원에게 ‘매실 음료’를 뿌렸다는 진술을 17일 확보했다. 당시 목격자들은 조 전무가 종이컵에 든 음료를 대행사 직원에게 뿌려, 피해자가 얼굴과 안경 등을 닦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 전무를 폭행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정식 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조 전무에 대한 출국 정지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출입국관리법상 법무부장관은 수사 필요성이 있는 내국인에 대해 출국을 금지할 수 있는데, 조 전무는 외국인 신분이어서 출국 정지가 필요하다.
경찰은 또 당초 조 전무가 실제로 물을 어디로 뿌렸는지, 유리컵을 던졌는지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중이다. 조 전무가 유리컵을 직원 얼굴을 향해 던졌다면 특수폭행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조 전무의 갑질은 일상적이어서 이번 사건이 별로 놀랍지 않다는 증언도 나왔다. 대한항공 전직 기장 A씨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조 전무가 근무하는 본사 6층에서 일주일에 2~3번 정도, 기분이 좋으면 1~2번 정도씩 고성을 지른다고 들었다”며 마치 ‘통과의례’를 치르듯 주기적으로 고성을 질렀다고 했다.
◇국토부 “조현민 등기임원 재직, 불법여부 조사”
조 전무가 항공관련법을 어긴 채 항공사 등기임원으로 재직했던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국토부는 미국 국적의 조 전무가 진에어 등기임원으로 재직했다는 의혹에 대해 회사 측에 사실관계 조회를 위한 공문을 발송했다. 진에어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자회사로 편입된 저비용 항공사다. 한진칼이 지분 100%를 보유하다 지난해말 진에어 증시 상장을 거치며 60%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현행 항공관련법상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은 등기이사직을 맡는 것은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된다. 하지만 조 전무는 ‘조 에밀리 리’라는 이름으로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진에어 등기이사로 등재됐다. 국토부는 조 전무의 과거 불법 재직과 관련해 결격 사유 여부 등을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문제가 발견될 경우 법적·행정적 제재를 검토할 방침이다.
◇“오너 일가, 대한항공 1등석으로 세금 신고 없이 명품 반입”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대한항공 1등석을 통해 고가의 명품을 다수 반입해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뉴스토마토는 복수의 대한항공 임직원을 인용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신고하지 않은 명품을 국내로 들여왔고, 이 과정에 대한항공 직원을 동원했다고 전했다.
이들 직원에 따르면 대한항공 현지 지점장이 명품 구매 후 입국 항공기 사무장에게 전달하면, 사무장이 해당 항공기 1등석에 명품을 보관하는 식으로 절차가 진행됐다. 이 명품은 세관 신고를 거치지 않은 채 승무원이 다니는 통로로 전달돼 탈세 의혹마저 일고 있다.
관세청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가족이 고가의 명품을 무단 반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진상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