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애프터서비스 등을 담당하는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8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한다.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합법적 노조 활동도 보장하기로 했다. 창립 이후 80년간 유지돼 온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이 폐기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서비스는 17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협력사 직원들을 직접 고용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와 위탁계약을 맺은 90여개 협력사 직원 8000여명이 삼성전자서비스에 정규직으로 고용된다. 이는 기존 임직원의 6배가 넘는 규모다.
이번 합의는 먼저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도록 요구해 온 협력사 직원들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협력사 직원들은 채용·인사·복지·업무지시 등 원청이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하고 있어 삼성전자서비스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협력사 직원 1334명은 2013년 7월 법원에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월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이 1심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준 상황에서 직접 고용을 결정한 것이다.
더욱이 비정규직 해법으로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고용 방식이 업계에서 일반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또 사측은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한다”고 밝혀 무노조 경영 방침에 변화가 있음을 시사했다. 삼성그룹은 고(故) 이병철 회장이 무노조 경영 방침을 확립한 후 이건희 회장 시절에도 이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2011년 7월 복수노조가 허용된 이후 노조 설립이 늘어 현재 삼성전자서비스지회(협력사),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웰스토리, 에스원 8개 회사에 노조가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제외하면 수십명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700여명인 만큼 직접 고용 절차 완료 시 삼성그룹 내 최대 노조가 된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사 직원들이 직접 고용되면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서비스 질 향상을 통한 고객 만족도 제고는 물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도 “직접 고용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삼성전자서비스 노무관리 실무자 등을 소환해 조사하는 등 노조 와해 의혹을 계속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위장 폐업과 표적 감사 등 부당노동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물증과 진술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현길 신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