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모(48)씨의 댓글 공작은 현재 수사선상에 오른 매크로에 국한되지 않았다. 그가 지난해 대선 경선 때부터 해왔다고 주장하는 ‘선플’ 공작에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의 수작업과 그가 직접 만든 댓글 공작 매뉴얼도 동원됐다. 김씨는 이런 방식으로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자주 드러냈다. 그의 페이스북에선 ‘2017년 대선 댓글 부대의 진짜 배후가 누군지 아느냐’ ‘자 이제 네이버 청소하러 가볼까’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민일보는 17일 이런 조직적 댓글 부대의 위법성에 대해 법률전문가 10인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들은 조직적인 댓글 부대 운영은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았다. 선거 기간에는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매크로를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조직적으로 선플이나 악플을 달아 인위적으로 여론을 조성했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했다.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서 만든 댓글 기능은 국민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것인데 이 기능을 방해하려 했다면 위법이라는 뜻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도 “어떤 방식이든 여론을 하나의 방향으로 키워가려는 조직적 행위는 업무방해죄로 볼 수 있다”고 했고, 김광삼 법무법인 더쌤 변호사도 “여론을 왜곡하려는 고의성이 있다면 위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조직 규모가 크고 체계적일수록 문제라고 봤다. “다수가 반복적으로 댓글 조작을 한 경우”(유재영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나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기사 링크를 조직적으로 뿌린 경우”(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에는 업무 방해 정도가 심한 만큼 위법 소지도 크다.
김씨는 ‘가장 많이 본 기사 8개에는 반드시 작업을 해야 한다’ ‘네이버에서는 하루에 댓글 20개까지만 달 수 있다’ 등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어 공개했다. 일부 회원은 다른 회원의 아이디를 빌려 ‘좋아요’를 눌렀다는 증언도 나왔다. 오영중 법무법인 세광 변호사는 “타인의 아이디를 빌려 사용했다면 이 자체로 포털의 댓글 시스템을 방해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댓글 공작이 선거 기간에 진행됐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일 수 있다. 최진녕 법무법인 이경 변호사는 “대포폰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사와 같은 맥락”이라며 “조직적으로 선거 판세에 인위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법에서 허용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김재봉 한양대 로스쿨 교수도 “더 많은 지지자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할 목적이었다면 특히 네이버 같은 큰 규모의 포털 사이트에서는 선거법 위반이 될 소지가 크다”고 했다.
댓글 공작을 선거운동으로 본다면 공직선거법 87조 위반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 조항은 개인 간의 사적모임이 단체나 대표자 명의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신업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는 “단순한 의견 개진이라면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볼 때 선거 판세를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선거운동을 단체 차원에서 했다면 불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중재 예인법률사무소 변호사도 “특정 후보를 당선이나 낙선시킬 목적이 있었다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재연 김성훈 심우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