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2차 해명’에 靑 고위 관계자 “오히려 잘 됐다… 다 까라 했다”

입력 2018-04-17 15:47 수정 2018-04-20 18:14
'민주당 당원 댓글공작'과 관련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주당원인 김모(49·닉네임 드루킹)씨의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과 관련 2차 기자회견에 나섰다. 김씨에 대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냈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던 김 의원은 그와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번복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김 의원의 달라진 해명에 “오히려 잘됐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김 의원이 앞서 해명을 했을 때 청와대에 어떻게든 부담을 주기 싫었을 것이고, 덮고 가기 싫으니 다시 깐 거고, 우리는 거리낄 게 없어서 오히려 잘됐다 했다. 가진 거 다 까라 했다”고 뉴스1에 밝혔다. 김 의원이 사흘 전 열린 첫 번째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에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발언했다가 뒤늦게 진실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의원은 전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가 지난해 대선 직후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A변호사의 이력서를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전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A변호사가 일본 유명 대학 졸업 후 대형 로펌에 근무해 전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청와대가 그의 전무한 외교 경력을 이유로 거절하자 김씨가 이를 재차 요구하며 협박성 발언을 쏟아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또 김씨의 댓글 공작 아지트로 알려진 느릅나무 출판사에도 두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다. 격려 차원이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드루킹이 대선 과정에서 어쨌는지는 모르나 자기가 도와줬으니 자리를 달라 하는 거고 김 의원이 추천했지만 그게 안 들어지니 앙심 품고 우리를 공격한 것”이라며 “그럼 우리가 피해자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측근인 김 의원이 인사 추천한 것을 걸러냈으면 칭찬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이 사건의 본질은 ‘매크로를 돌렸냐’인데 이는 사라지고 우리는 욕만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검찰은 김씨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인터넷 비방 댓글을 매크로를 통해 조작한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매크로는 한꺼번에 여러 댓글이나 추천을 자동으로 올리는 프로그램으로 사용이 금지돼 있다. 김씨는 매크로를 돌리기 위해 614개의 포털사이트 ID를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고, 김 의원은 이를 지시 혹은 모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경찰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했는지가 중요하다. 김 의원 조사는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가 김씨의 부적절한 인사 민원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드루킹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이 김씨의 협박이 지나치다고 판단해 지난 2월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이를 알렸고 백 비서관은 같은 달 A변호사를 만나 1시간가량 면담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진상 파악을 위해 만난 것뿐이다. 면담 후에도 여전히 오사카 총영사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봤다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