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허위로 발급한 처방전을 건네받아 향정신성의약 성분이 포함된 ‘살빼는 약’을 불법 제조해 전국 330여명의 비만 환자들에게 택배로 판매한 약사가 경찰에 구속됐다.
부산경찰청(청장 조현배) 지능범죄수사대(대장 박용문)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약사 A씨(50)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약사에게 허위 처방전을 발급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아챙긴 혐의로 의사 B씨(53)와 C씨(42)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2015년 6월 27일부터 올해 1월 9일까지 전남 광주시 북구에 있는 약국 2곳을 운영하면서 의사가 직접 진료하지 않은 환자 330명 명의로 허위 처방전을 발급받아 향정신성 의약품이 포함된 비만치료약을 750차례에 걸쳐 불법 제조한 뒤 택배로 배송해주는 수법으로 모두 48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과거 광주시에 있는 한 비만클리닉 병원 근처에서 약국을 운영한 경력을 이용해 당시 알고 지냈던 비만클리닉 환자들을 통해 ‘향정신성 의약성분이 포함된 살빼는 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소문을 퍼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환자들이 A씨에게 전화나 SNS를 통해 약을 주문하면 A씨는 처방전에 포함될 약품 내용을 미리 작성한 뒤 의사들에게 문자메시지 등으로 전송했다.
사전에 담합한 의사들은 A씨가 작성해준 내용대로 허위 처방전을 발급해 다시 팩스로 A씨에게 보냈다.
A씨는 이를 토대로 향정신성 의약 성분으로 된 약제를 만들어 1인당 10만~25만원을 받고 다이어트약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씨는 환자들의 요구대로 마약류가 포함된 향정신성 의약성분을 늘려주거나 아예 의사 처방전도 없이 자신이 임의로 식욕억제제를 판매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가 향정신성 의약품 수량을 은폐하기 위해 마약류 관리대장도 보관하지 않고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약을 제조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해 누락된 수량을 맞춘 것으로 보고있다.
의사 B씨와 C씨는 허위 처방전을 발급해주는 대가로 1건 당 5000원~2만원씩 받기로 사전에 미리 합의한 정황도 드러났다.
의사들은 환자진료를 하지 않았는데도 750차례에 걸쳐 허위처방전을 발급하고 약사 A씨에게 처방전을 팩스로 제공하는 대가로 580만원 상당을 건네받았다.
의사들은 환자가 식욕억제제와 함께 복용하지 못하도록 제외시켜야 하는 향정신성 의약성분 ‘디아제팜’, ‘팬터민 염산염’, ‘디에틸프로피온’, ‘펜디메트라진타르타르산염’ 등도 처방전에 포함해 보건복지부에서 고시한 식욕억제제 안전가이드 지침을 위반한 사실도 확인됐다.
의사인 B씨와 C씨는 자신들이 허위로 발급한 처방전으로 전자 진료기록부를 조작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급여항목에 해당하는 총약제비와 진료비를 청구해 5000만원 상당의 보험금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부산경찰, 허위처방전으로 ‘살빼는 약’ 조제·판매 의사와 약사 검거
입력 2018-04-17 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