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성 시인은 자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성으로부터 허위 펀딩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박 시인은 지난달 26일 산문집 ‘이후의 삶’ 텀블벅(tumblbug) 펀딩을 시작했다. 2016년 11월 출간하려다 좌절한 원고들을 모아 다시 산문집 발간에 도전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부족한 점이 많지만 꼼꼼하게 준비했다”면서 “염치 불구 많은 참여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16일 조금 수상한 펀딩이 들어왔다. 1000만원이라는 거금이었다. 그는 이 돈을 ‘허위 펀딩’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발한 뒤 무고 및 허위사실유포 처분을 받은 여성의 ‘만행’이라는 것이다.
‘텀블벅 펀딩’은 예술·문화 컨텐츠를 중점으로 다룬다. 일정 기간을 설정한 뒤 그 안에 목표 금액을 달성해야만 후원된 금액을 이체해 창작자에게 전해주는 시스템이다. 즉, 1000만원을 후원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해놓고 투자금을 이체하지 않고 회수할 경우 펀딩 자체가 무산돼 버리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무고 및 허위사실유포 범죄자가 무려 1000만원을 후원해주셨다”면서 “물론 후결제라는 걸 이용한 허위 펀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무고로 한 사람 인생 조져놓고 펀딩도 망치려는 수작”이라면서 “인간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정말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박 시인은 2016년 작가 지망생 2명을 성폭행했다는 폭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를 무고한 여성들에게 내려진 처벌은 기소유예와 벌금 30만원이 전부였지만, 오명은 벗을 수 있었다. 허위 펀딩은 이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000만원 후원자와 대화한 카톡 내용도 공개했다.
박 시인은 먼저 1000만원을 후원한 경위를 묻어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자 후원자는 “굳이 후원자에게 따로 연락한 이유가 뭐냐”면서 “책에나 신경쓰라”고 다소 날카롭게 대답을 이어 나간다.
이어 그가 “속은 척 해주니 재밌냐?”고 묻자 후원자는 “불쾌하다. 단순 궁금증을 갖고 구매를 하려고 한 것인데 그게 이상한 것이냐. 펀딩 취소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박 시인은 고은 시인이 성추행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고은 시인 성추행 사실을 직접 목격했다”며 최영미 시인의 증언에 힘을 실어 준 인물이다. 그는 “고은 시인의 진정한 사과를 바란다”면서 “제발 사과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