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낙마하자 선관위 때린 민주당… “무책임한 결정”

입력 2018-04-17 10:32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위법” 판단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전격 사퇴하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선관위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지도부는 “납득하기 어렵다” “무책임한 결정이다” 등의 거친 말로 ‘선관위 때리기’를 시도했다. “선관위 판단을 존중한다”는 청와대 입장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여당 내부에 형성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관위 결정은 유감스럽다. 자신이 속한 공익재단에 5000만원 기부한 것 가지고 사후적으로 불법이라 한 것은 직무유기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부의장은 “국회의원의 임기 말 후원금 정당 납부 관행은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고도 했다. 그는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표현과 함께 “선관위의 해석 범위 줄여야 한다”며 공직선거법 개정까지 주장했다.

선관위 유권해석은 청와대가 요구한 것이었다. 청와대가 요구할 때부터 이런 해석이 선관위 소관이 맞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집권여당이 청와대가 요구한 선관위 해석을 부정하고 선관위의 해석 범위를 줄이자고 한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기식 금감원장도 사의 표명 배경이 된 선관위의 판단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원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총선 공천 탈락이 확정된 상태에서 유권자 조직도 아닌 정책모임인 의원모임에 1000만원 이상을 추가 출연키로 한 모임의 사전 결의에 따라 정책연구기금을 출연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 판단을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법 해석 문제가 있는 경우 선관위는 통상 소명자료 요구 등 조치를 취하는데 지출내역 등을 신고한 당시는 물론 지난 2년간 선관위는 어떤 문제제기도 없었다”면서 “이 사안은 정말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법률적 다툼과 별개로 이를 정치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권을 향해 “김기식 금감원장에 대한 문제제기거리였던 국회의 피감기관 비용 해외출장과 정치자금 지출행위를 전수조사하자”고 제안했다. 우 원내대표는 “김 원장의 사퇴는 우리 국회에도 큰 숙제를 남겼다”며 “전수조사를 통해 국회에 보다 엄격하고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김 원장과 유사한 사례가 여야를 막론하고 드러나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덮어둔다면 국민은 김 원장 낙마용으로 야당이 정략적으로 활용했다는 비난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원장을 빌미로 한 한국당의 불참정치도 중단돼야 한다. 직전 대한민국을 책임진 여당이었던 것조차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상식적인 정당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