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은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그의 유작인 영화 ‘연인과 독재자’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는 고(故) 신상옥 감독과 아내 최은희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과거 두 사람이 북한에 납치되는 과정에서부터 탈북까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특히 영화에는 최은희가 녹음해온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육성이 담겨 있어 이목을 끈다. 영화 속에서 최은희는 “남한으로 돌아가게 되면 우리 얘기를 믿지 않을 테니 증거가 필요하다는 남편의 말을 듣고 몰래 녹음했다”고 밝혔다.
연출자 영국의 로버트 캐넌과 로스 애덤 감독은 “이 믿기지 않는 사건을 들었을 때부터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취재를 하며 여전히 너무 많은 진실이 감추어져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밝혔다.
신상옥과 최은희는 1952년 결혼한 후 영화 ‘성춘향’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의 수작을 만들어냈다. 이후 신상옥과 최은희는 활발히 활동 중 돌연 잠적했다. 1978년 1월 재정이 어려운 한 예술학교의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홍콩에 들렀던 최은희가 사라졌고, 그를 찾으러 간 신상옥 역시 흔적 없이 실종됐다. 이후 1983년 두 사람이 북한에서 영화를 만들어 발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다음해인 1984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는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가 북한 공작원에게 강제 납북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1986년 3월 오스트리아 방문 중 미국 대사관에 진입해 망명했고 13년이 지난 1999년에야 귀국할 수 있었다. 이후 영화 ‘마유미’ ‘증발’ 등을 제작했다.
한편 최은희는 16일 향년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2006년 남편 신상옥이 타계한 이후 건강이 쇠약해져 신장 투석 등 오랜 투병 생활을 해왔다.
박재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