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원장 결국 사퇴…금융감독원 ‘패닉’

입력 2018-04-17 04:26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금감원 제공

지난 2일 취임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사퇴로 금감원 내부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원장 두 명이 잇달아 최단명 기록을 세우고 사퇴하게 되면서 금감원 조직의 상처는 어느 때보다 깊어졌다. 문재인정부가 지난해 5월 출범 직후부터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해온 ‘금융개혁’도 동력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김 원장은 16일 오후 8시30분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결정을 존중해 즉각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3시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는 등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저축은행이 대부업체와 다를 바 없는 고금리 대출을 취급한다며 강력 질타했다. “고금리 대출로 국민들의 경제적 재활기회마저 박탈했다”며 유달리 강경한 발언이 이어졌다. 거취 논란이 불거진 상황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오후 늦게 선관위가 김 원장의 이른바 ‘5000만원 셀프후원’과 관련해 위법 판단을 내리면서 저축은행 CEO 간담회는 김 원장의 마지막 공식 일정이 됐다. 한 금감원 간부는 “참담하다는 표현도 부족할 만큼 더 이상 뭐라고 할 말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1994년 참여연대 창립자 중 한 명이다. 대표적인 금융규제 강경론자로 꼽힌다. 19대 국회 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재벌 저격수’ ‘금융권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청와대가 김 원장을 금감원장에 임명했던 것도 금융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그간 금감원 내부에서는 과거 김 원장의 개혁적 성향에 우려를 보내는 직원들도 있었다. 반면 일각에선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취임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금융권 전반에 강력한 충격을 주길 원하는 시각도 있었다. 최 전 원장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두고 하나금융과 각을 세우다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지인의 아들을 하나은행 채용과정에 추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옷을 벗었다. 최 전 원장의 재임기간도 역대 금감원장 중에선 최단명이었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조직이 파도에 휩쓸리는 상황에서 순한 원장보다는 센 원장이 와서 지휘해주길 바랐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의 사의 표명으로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려 했던 금융개혁 과제도 당분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증권 주식배당 사고로 금융 당국의 책임론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금감원의 대응이 무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에선 은행권 가산금리 조정, 제2금융권 중금리 인하 및 대형 투자은행(IB) 추가 인가 문제까지 난제가 산적해 있는데 사실상 컨트롤타워 공백사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3월 초 최 전 원장이 낙마한 후부터 금감원이 추가 규제개선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에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면서 “빨리 금감원을 안정화시킬 인물이 수장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