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갑질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대한항공’ 사명과 국적기 신분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외신도 ‘땅콩 회항’부터 잇따라 터지는 대한항공 오너가 ‘갑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국제적 망신’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 국적기·사명 박탈 현실적으로 어려워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조 전무 관련 청원이 16일 기준 130여 건 올라왔다. 대부분 ‘대한항공 국적기 지위를 박탈하라’ ‘대한항공 명칭을 쓰지 못하게 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16일 “정부는 조양호 일가에 대해 국적기 명예를 부여하는 것이 괜찮은지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
하지만 두가지 모두 현재로서는 ‘박탈’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에서 국적기는 국토교통부가 영업을 인정한 모든 항공기를 말한다. 즉 대한민국 국적의 항공기는 모두 국적기인 셈이다. 따라서 대한항공 국적기 자격 박탈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대한항공 사명 변경도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진그룹이 ‘대한한공’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된 것은 1969년부터다. 1962년 6월 정부는 대한항공 전신인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7년 뒤 조중훈 당시 한진상사 회장이 운영권을 인수하면서 민영항공으로 바뀌었다. 이 때부터 상호를 ‘대한항공’으로 사용했다.
따라서 이름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은 대한항공에 있다. 민영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정당하게 취득한 상표권을 정부가 회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울러 현재 대한항공을 나타내는 태극문양 로고의 경우에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표법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국기, 국장과 유사한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지만 대법원은 펩시콜라가 제기한 소송에서 ‘반달모양에서 윗부분이 적색, 아랫부분이 청색이라는 사실만으로 국기도형과 동일한 인상을 준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 ‘한국항공’ 상표권도 대한항공이 소유
대한민국을 나타낼 수 있는 ‘한국항공’ 상표권도 대한항공이 보유 중이다.
16일 특허청에 따르면 ‘한국항공’이라는 국내 상표는 한국공항이 보유하고 있다. 한국공항은 대한항공의 자회사다. 대한항공이 ‘대한’과 ‘한국’ 등 대한민국을 나타낼 수 있는 이름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이다.
조중훈 회장은 정부로부터 대한항공을 사들이기 전 ‘한국항공’을 설립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오늘날 대한항공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