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사내 ‘코드명’이 직원들 사이에서 ‘경고’처럼 사용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항공 본사나 공항에 조씨 가족이 나타나면 직원들은 코드명으로 이들의 등장 사실을 서로에게 알리며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조심했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최근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을 뿌리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가 사내에서 ‘EMQ’라는 코드명으로 불리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조 전무의 영어 이름인 ‘에밀리(Emily)’와 ‘마케팅 여왕(Marketing Queen)’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대한항공 직원 김모씨는 “본사 6층에 EMQ가 뜨면 모두 긴장한다”고 매체에 밝혔다.
김씨에 따르면 조 전무의 집무실이 있는 6층 전체에 월요일마다 욕설 섞인 고함이 울렸다. 주로 조 전무 아래에 있는 임원과 팀장이 그 대상이었다. 조 전무 직속인 항공권·마일리지 혜택 관리 부서가 특히 곤욕을 치렀으며 지난해에만 이 부서 팀장이 3번 바뀌었다고 한다.
대한항공은 영어 문자 3개를 조합한 코드로 주요 임원들을 지칭하고 있다. 이는 텔렉스를 쓰던 1970년대 초 해외 지사에 전문을 보낼 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사용하던 방식이다. 텔렉스는 팩스가 상용화되기 전 주로 쓰던 가입자 전용 전신 서비스로 이름과 직함을 모두 영문으로 적으면 20자가 넘어 요금이 비쌌다. 이메일이 발달하면서부터는 보안을 위해 코드명을 사용했다.
하지만 현재 직원들 사이에서 이 코드명은 오너 일가의 출현을 경고할 때 주로 이용된다. 조 전무 아버지인 조양호 회장은 ‘DDY’, 언니 조현아 전 부사장은 ‘DDA’, 오빠 조원태 사장은 ‘DDW’로 불리고 있다. 조 전무 코드명은 본인이 지었고, 조씨 일가는 ‘KIP’로 통칭한다. 이들이 공항에 나타나면 직원들이 서로 “KIP 떴다”며 주의를 주곤 했다고 한다. 한 직원은 “작은 허점이라도 보이면 지적이나 욕설이 날아왔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