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전문가 주도보다 시민사회와의 교감 통해
다음세대에 ‘안전’ 교육할 장소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
지난달 출범한 특조위 2기 진상규명 숙제 여전히 남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 2기)가 4·16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상규명을 목표로 지난달 29일 공식출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은 지난달 28일 밝혀졌다. 박 전 대통령은 사고 당일 구조 골든타임이 지난 뒤에야 관저 내 침실에서 사건을 인지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도 세월호 참사에 진상을 규명할 게 남았느냐”는 주장도 나오지만 여전히 세월호 특조위 2기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세월호 유족들과 시민사회는 “풀리지 않은 의문이 남아 있다. 진상조사와 책임규명이 더 정확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월호참사 4주기 대학생 준비위원회는 지난 14일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배가 물에 다 잠기도록 대통령이 잠을 잤다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진실을 은폐하려고 한 이유는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도 세월호 3등항해사와 조타수의 업무상 과실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세월호가 급변침으로 전복됐다는 검찰과 경찰의 조사내용이 명확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세월호선체조사위는 기계 결함, 외력 충돌, 조타 미숙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침몰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추모 문제를 두고도 사회적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도 안산시가 공원 부지를 선정하고 추모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찬반 논란 속에 주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안산시는 지난 2월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가 있는 화랑유원지에 2022년까지 세월호 추모공원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공원 주변에 사는 시민들은 “도시 한복판에 있는 유원지에 추모시설을 건립하는 것은 주민정서상 맞지 않는다”며 “국민들이 반대해도 유가족이 원하면 대한민국 어디든 납골당을 설치할 수 있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세월호 유족들과 4·16안산시민연대는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의미를 넘어 시민들 특히 다음세대에게 ‘안전’을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유족들은 추모공원이라는 명칭보다 ‘416생명안전공원’이라는 이름을 선호한다.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는 “국가지원사업인 만큼 전문가들과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해 누구나 편하게 와서 돗자리 깔고 밥 먹고 하는 안전한 공원을 조성하길 바란다”고 했다.
문정석 도시연대 커뮤니티디자인센터장은 오클라호마 국립 추모공원을 예로 들었다. 이 공원은 1995년 4월 19일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정부청사 폭탄테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공원 겸 박물관이다. 문 센터장은 “오클라호마 국립 추모공원에는 희생자와 생존자, 구조에 참여한 대원, 미래세대인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까지 마련됐다”며 “정부나 전문가가 주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사회와의 꾸준한 교감을 통해 시민들의 일상과 공존을 이룰 수 있는 추모공원을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은 “추모공원이 특별해 보이거나 우상화된 공간이 돼선 안 된다”며 “세월호 추모공간에 사회적 안전과 평화·생명 등의 가치에 대한 고민을 담아 잊지 않아야 할 것들을 기억하는 성찰의 공간으로 만들 때 지역 주민들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채관 숙명여대 문화예술행정학과 겸임교수는 세월호 선체의 원형 보존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추모공원이 죽음을 딛고 생명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 세월호 선체를 원형 그대로 공원 안에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공간에 세월호를 설치해 ‘생명이 다시 돋아나는 공간’이란 의미를 담아내자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4·16생명안전공원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안전공원에는 생명과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선언하는 한국사회의 소망이 담기게 된다.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바로 세운 세월호도 그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유가족과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이형민 박세환 김지애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