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4주기] “이제 겨우 진상규명 조건 갖춰… 끈 놓지 말아달라”

입력 2018-04-16 06:44
박래군 4·16연대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세월호 진상규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말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희생자 합동영결식 치르면 ‘다 끝났다’ 생각할까 우려
진상규명 원동력은 ‘기억’ 4주기 노란 리본 많았으면…

세월호 참사 1주기였던 2015년 4월. 머리를 민 세월호 유가족들이 아이들의 영정을 품에 안은 채 벚꽃 잎이 휘날리는 거리를 걸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정상적인 출범을 위해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삭발을 해야 했다. 4·16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지난 4년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때로 이날을 꼽았다.

3년이 흘렀다. 박근혜정부의 주요 인물들이 특조위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이 속속 밝혀졌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실체도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수년 만에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박 소장은 담담했다고 했다.

“왜 세월호가 침몰했는지,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진상규명을 방해했는지 같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직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4주기를 앞둔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 사무실에서 박 소장을 만났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그는 아직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시민들이 ‘이젠 정부에 맡겨도 되겠지’라며 마음을 놓게 될까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박 소장은 “희생자 합동연결식이 치러지면 국민들이 ‘이제 다 됐다’ ‘끝났다’고 생각할 것 같다”며 우려했다. 이제 겨우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기본조건이 갖춰진 것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무조건 진상규명이 제대로 될 거란 보장은 없다”고 박 소장은 힘주어 말했다.

세월호 4주기에 걱정과 우려만 있는 건 아니다. 진상조사와 관련해 아직 손에 잡히는 결과는 없지만 유가족과 시민들은 그동안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2016년 12월 3일 처음으로 촛불집회가 청와대 앞 100m를 뚫었던 날, 세월호 유가족들은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세월호 관련 1인 시위조차 막혔던 곳에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러 들어간 날이었다. 박 소장은 “어떻게 보면 짧은 거리지만 굉장히 의미 있는 100m”라고 했다.

변화는 이어지고 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식을 촉발시켰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강남역 살인사건, 구의역 참사, 미투 운동은 모두 세월호 이후의 사건들이다. 박 소장은 “유가족과 시민들은 행동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며 “이러한 행동의 경험은 우리 사회의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세월호 세대’의 성장도 희망적인 부분이다. 박 소장은 “세월호 생존학생, 그들의 형제자매,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이 대학생이 되고 유권자가 돼 자기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소장에게 세월호 진상규명은 지금부터다. 4·16연대는 7월부터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 2기)의 활동을 본격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잘한 점은 알리고, 못한 점은 지적해야 특조위가 흔들리지 않고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자들의 재판도 지켜볼 예정이다.

그는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된 만큼 “끈을 놓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세월호 참사를 늘 기억해 달라는 게 아니다. 세월호와 관련해 새로운 소식이 나오면 반응하는 것 또한 ‘끈’이다. 박 소장은 “진상규명의 원동력은 결국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며 “4주기인 16일에는 노란 리본을 많이 달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임주언 조민아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