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개편 담당 교육부 국장 돌연 지방전출… 정책실패 꼬리 자르기?

입력 2018-04-16 06:36

민감한 시기에 후임도 없이 건강 악화 해명 석연찮아 “직원들, 누굴 믿고 일하나”
올 초 유치원 영어 특활 금지… 담당 국장도 외부로 전출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으로 2022학년도 대학입시 개편안을 담당했던 박모 국장이 돌연 외부로 발령 났다. 정책 실패를 실무진에게 떠넘기는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교육부에 따르면 박 국장은 지난 13일 지방 국립대로 전출됐다. 박 국장 본인과 교육부 인사 담당자 설명을 종합하면 건강 악화가 주된 이유다. 대입 개편안을 준비하며 격무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 최근에 교통사고를 당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박 국장 스스로 대입 개편 이송안이 발표되면 외부로 나가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부 안팎에선 문책성 인사로 받아들인다. 해명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넉 달 뒤면 대입 개편 확정안이 나오는 민감한 시기다. 박 국장이 이송안 발표에 앞서 전보 조치를 요구했다면 대입 업무의 민감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후임 인사와 함께 이뤄져야 자연스럽다. 박 국장 자리는 현재 공석이다. 박 국장이 이송안을 국가교육회의로 넘긴 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업무에 열의를 보였다는 전언도 있다.

박 국장은 ‘강골’이란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과장 시절 교복 가격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업체 반발을 누르고 학교주관구매제도를 시행해 교복 가격을 낮췄다. 주변 우려에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공개해 법조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정유라 사태 때는 체육특기자 입학·학사제도 개편 업무를 맡았다. 지난해 잠시 국립대에 나갔다가 복귀한 뒤 입학금 폐지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일부 대학에서 “박 국장 그냥 두지 않겠다”는 원망이 들끓었지만 밀어붙였고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송안은 그래서 의외란 평가를 받는다. 교육부는 지난 11일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고 쟁점만 나열한 이송안을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겨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교육부 국장은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대입에선 예외다. 수험생 50만명과 그 학부모,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벌이는 ‘학벌 전쟁’의 규칙을 결정하는 일이다. 장관조차 외풍에 휘둘린다.

올해 초 비슷한 일이 있었다. 유치원 방과 후 영어 특별활동 금지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정책 결정을 1년 미루기로 했다. 2주 뒤에 이 일을 맡았던 신모 국장이 외부로 전출됐다.

정부 내부에선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로 교육 정책의 축을 이동시키려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무책임한 이송안이 나오면 교육부에 국민적 지탄이 쏟아질 것이라는 점은 정부도 예견하고 있었다.

교육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입맛에 맞는 정책을 교육부가 떠맡아 잘되면 청와대나 여당에 공이 돌아가고 틀어지면 교육부 실무자에게 떠넘겨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박근혜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 때와 뭐가 달라진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