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은 성급, 미세먼지는 신중…KBO 오락가락 경기 취소에 팬들 원성만

입력 2018-04-15 15:36 수정 2018-04-15 15:50
15일 미세 먼지로 인한 경기 취소를 알리는 안내 문구가 보이는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 전광판. 뉴시스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14일과 15일 펼쳐질 예정이던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빅게임’이 이틀 연속 취소됐다. 14일 우천 취소였고, 15일 미세먼지 취소였다. 우천 취소는 너무 성급했고, 미세 먼지로 인한 취소는 너무 신중했다. 반대가 됐어야 했다. 때문에 팬들의 원성만 커지고 있다.

14일 오후 5시 열릴 예정이던 경기는 김용희 경기운영위원은 오후 3시쯤 그라운드에 나와 구장 상태를 잠시 살핀 뒤 우천취소를 결정했다. 취소 발표가 나온 뒤 공교롭게도 비가 멈췄다.

엠스플뉴스에 따르면 기상청 기상 레이더 상에서 경기 취소 시간인 3시 12분에는 광주 지역에 비구름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오후 4시 20분 이후에도 광주와 호남 지역엔 비구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경기 시간인 오후 5시 이후엔 비구름은 동쪽으로 이동해 한반도 바깥으로 사라졌다. 오후 5시 이후 광주에서 충분히 야구가 가능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엠스플뉴스에 “우천취소는 무슨 말로도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라며 “취소 결정 당시 비가 내리긴 했지만 보슬비가 흩날리는 정도였다. 그라운드에 나온 경기운영위원도 우산을 쓰지 않은 채로 구장을 돌아다녔다”고 전했다.


일기예보를 면밀히 검토하고 광주 기상청과 충분히 소통만 했다면 팬들이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리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 주중 오후 6시 30분 보다 1시간 30분이나 빨리 시작하는 토요일 경기여서 최소한 한 두 시간 정도 경기 개시 시간을 늦추고 상황을 판단해도 늦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경기 시작 2시간 여 전에 취소 결정을 내려졌다.

14일 경기를 너무 성급하게 취소했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했는지 15일 경기는 너무 늦게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오후 2시 경기를 앞두고 이미 오후 1시 광주 지역에는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됐다. 광주광역시청은 긴급재난문자를 보내며 야외 활동 자제를 당부했다.

특히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가 위치한 광주 북구의 미세먼지 농도는 오후 1시 30분을 기준으로 400㎍/m³를 초과해 414㎍/m³를 기록했다. 지난 6일 잠실 경기가 미세먼지 취소를 결정했을 때 농도가 377㎍/m³였던 만큼 이날 경기는 취소가 거의 확실했다.

하지만 경기 개시 시간인 오후 2시를 지나서도 경기 진행 여부는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전광판에는 ‘심한 미세먼지로 인해 경기 진행여부를 판단 중입니다’라는 문구만 떠 있었다. 이미 경기장은 관중들로 거의 꽉 찬 상태였다.

경기가 취소된 시간은 오후 2시 28분. 수많은 관중을 소득 없이 30분 가까이 미세 먼지를 마시며 계속 기다리게 만든 셈이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