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프랑스가 미국시간 13일 밤(시리아 현지시간 14일 새벽)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전격 감행했다. 자국민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부에 대한 군사공격이다. 이번 공습은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으로 진행됐다. 미·영·프 정상은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 공격이라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면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배후에 있는 러시아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무력 사용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등 국제 사회 반응은 찬반 양론으로 엇갈리고 있다.
◇중·러·이란…국제법 위반 침략 행위 비난
중국 외교부는 14일 화춘잉 대변인 명의로 작성된 질의응답 형식의 성명에서 “중국은 국제관계에서 무력 사용을 일관되게 반대했고, 각국의 주권과 독립, 영토 완정(完整·완전하게 갖춤)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 안보리를 거치지 않고 내려진 일방적인 군사행동은 모두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에 반대되는 것이며 국제법, 원칙 및 기본 규정에 위배되는 행보”라고 비난했다.
화 대변인은 또 “이런 행동은 시리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새로운 요소를 추가할 뿐”이라며 “중국은 관련국들이 국제법의 틀에 돌아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사건에 대해 중국은 전면적이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지고, 검증 가능하고 신뢰할만한 결론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면서 “결과를 예단하거나 임의로 결론을 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화 대변인은 특히 “정치적인 해결 만이 시리아 문제의 유일한 출구”라면서 “관련국들은 유엔의 ‘중재 주요 채널’ 역할을 지지하고 시리아 문제 원만한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미국 주도의 시리아 공습 직후 “침략행위”라면서 강력 비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시리아 공습은 “침략행위이며, 그것은 시리아의 인도적 재앙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소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동구타 두마에서 화학무기 공격이 자행됐다는 주장은 ‘가짜’라고 규정하며 두마를 조사한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은 화학무기 공격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사회 화학무기감시기구가 화학무기 사용 여부를 조사하기 전 공습을 개시한 것에 대해서도 미국과 동맹국들을 비난했다.
이란 외무부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그 어떤 입증된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아를 상대로 군사행동을 취했다”고 비난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런 모험주의와 관련된 지역적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면서 “이 공격은 시리아 주권과 영토 보존을 무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제법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호주·이스라엘·독일…“화학 무기 사용 범죄 엄단 필요”
호주, 이스라엘, 독일, 유럽연합(EU), 터키 등은 시리아 공습을 지지했다.
맬콤 턴불 호주 총리는 성명에서 “누구든지, 어떠한 상황에서도 화학무기 사용은 불법이며, 비난받을 일”이라며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이러한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턴불 총리는 또 “러시아와 이란이 화학무기 사용 관행을 포기하도록 아사드 정권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트위터를 통해 “미국, 프랑스, 영국의 공격은 시리아 정권과 (그 지지자인) 러시아, 이란에게 아무런 대가가 없이 ‘인류의 비극(시리아 내전)’을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EU는 동맹국들과 함께 정의의 편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리아 공격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혀 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공습에 대해선 지지를 표명했다. 메르켈 총리는 “알 아사드 대통령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경고하는 것은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도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적절한 반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화학무기 사용을 ‘레드 라인’이라고 분명히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터키 외무부도 성명에서 “인류 양심을 소멸시키는 두마 공격을 응징하는 이번 작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