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 직원들과의 ‘갑질 회의’ 논란에 휘말린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15일 베트남에서 귀국하며 기자들에게 “제가 어리석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의) 얼굴에 물을 뿌리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조 전무는 베트남 다낭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KE464편으로 오전 5시26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공항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제가 어리석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물을 뿌린 게 맞느냐”는 질문에 그는 “얼굴에 물을 뿌리지 않았다”고 했고, 재차 “바닥에 물을 뿌린 것인가” 묻자 “(물컵을) 밀쳤을 뿐”이라고 답했다.
조 전무는 지난달 대한항공의 광고대행을 맡고 있는 업체 직원들과 회의하며 고성과 함께 물이 든 컵을 내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대행사 팀장에게 대한항공 영국편 광고 캠페인에 대한 질문을 했고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폭로자는 ‘물병 투척’ ‘얼굴에 물 뿌리기’ 등의 행동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대한항공 측은 물컵을 바닥에 던지긴 했는데 얼굴에 물을 뿌리진 않았다고 항변해 왔다.
조 전무는 지난 12일 휴가를 내고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난 터였다. 갑질 파장이 커지자 귀국을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언니 조현아씨의 ‘땅콩회항’ 사건에 이어 동생마저 갑질 논란에 휘말린 상황이어서 조 전무가 사과 기자회견 등을 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전무는 출국 당시 인스타그램에 기내에서 촬영한 사진과 함께 '#나를 찾지마' '#휴가갑니다' '#클민핸행복여행중' 등 해시태그를 달았다가 비판이 커지자 이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현민 전무의 갑질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대한항공 사명과 로고를 변경해 달라' 등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경찰도 조 전무의 행동이 폭행이나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 내사에 착수했다. 민중당 김진숙 서울시장 후보는 "노동자를 모독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이 일상이 된 기업인이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며 조 전무를 서울중앙지검에 특수폭행 등 혐의로 고발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