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후 거짓 진술, 태연히 도박장으로… 50대 징역 30년

입력 2018-04-15 09:17

아내를 살해한 후 자동차에 불을 질러 교통사고 화재로 위장한 50대 남성에게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살인 및 사체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최모(57)씨 상고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최씨는 지난해 1월 교회에 갔다가 돌아오던 길에 전북 군산시 농수로에서 아내를 살해하고 자동차를 농수로 아래로 밀어넣은 뒤 불을 질러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아내와 자신 등의 명의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해 고액 보험료를 부담하면서 아내와 관계가 나빴던 것으로 조사됐다.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을 받으려 위장 이혼을 요구했다가 아내에게 거절당하기도 했다.

최씨는 아내를 우발적으로 살해했을 뿐 차량에 불을 질러 시신을 훼손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차량에 발생한 화재는 내부에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불을 놓아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된다"며 "차량이 농수로 쪽으로 추락하면서 받은 충격이나 자체 결함이 화재 원인이 됐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약 17년 동안 고락을 함께한 배우자를 계획적으로 비정하게 살해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차량에 불을 질러 사체를 그 형체가 식별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해 그 죄책이 지극히 무겁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심도 "최씨는 살해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그 직후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는 의도로 사건 현장에 불을 낼 동기가 충분하다"며 1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또 "최씨는 범행 직후 경찰 조사에서 마치 아내가 혼자 교통사고를 내 사망한 것인 양 거짓 진술을 한 후 태연히 도박게임을 하러 가는 등 통상적인 윤리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등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및 수단과 결과 등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