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77) 전 대통령의 ‘집사’란 별명을 갖고 있는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이번 주 다시 법정에 선다. 지난달 1차 공판에서 “사건 전모가 국민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성실하고 정직하게 재판에 참여하겠다”고 말한 뒤 처음 열리는 재판이다. 그 사이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됐고 또 기속됐다. 향후 벌어질 치열한 법정 공방에서 김 전 기획관의 ‘입’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될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19일 김 전 기획관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 위반 방조 등 혐의의 2차 공판을 진행한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다. 지난달 14일 1차 공판에서 “제 죄에 대해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을 것이고 여생을 속죄하며 살겠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고인이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힐 이처럼 깔끔하게 인정하는 건 이례적이다.
김 전 기획관 1차 공판 당일 이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공교로운 우연이 벌어진 상황에서 김 전 기획관은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전 대통령 관련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충분히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4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성호 전 국정원장 시절인 2008년 4~5월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임 중인 2010년 7~8월 현금으로 2억원씩 청와대 인근에서 전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기획관에게 "국정원에서 돈이 올 것이니 받아두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을 ‘주범', 김 전 기획관을 ‘방조범'으로 적시했다.
김 전 기획관에 앞서 16일에는 이 전 대통령의 ‘곳간지기'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된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의 2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이 국장은 지난달 28일 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구속적부심을 청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2009~2013년 다스 자회사 홍은프레닝에서 10억8000만원, 2009년 다스 관계사 금강에서 8억원을 각각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홍은프레닝이 역시 다스 관계사인 다온에 약 40억원을 부당하게 지원하도록 한 혐의(배임)도 있다. 특히 이 전 국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입출금 장부를 파기한 증거인멸 혐의도 적용됐는데, 검찰은 이를 이 전 대통령 차명재산 관련 장부로 보고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