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워커, 그들만의 아름다운 미담, ‘소매넣기’
4월 초부터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온라인 MORPG ‘소울워커’가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놀라움을 주고 있다.
3월 말에 일어난 ‘메갈리아’ 논란을 현명한 대처로 유저들의 유입을 이끌어낸 소울워커는 말 그대로 ‘물 들어오니 노 젓는’ 모습을 보여주며 소울워커 유저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소울워커의 유저들은 응원과 격려차원에서 다양한 먹을거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를 소울워커 유저들끼리는 ‘소매넣기’라고 부른다. 소매넣기는 인게임 상에서 고수 유저들이 신입 유저들을 강제로, 혹은 누구인지 눈치채지 못하게 몰래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소매넣기’라는 온라인 문화가 그들만의 독특한 현실세계에서도 이어진 셈이다.
이에 질세라 소울워커 운영진들도 유저들을 향한 ‘소매넣기’를 시작했다. 소울워커를 운영하고 있는 제작사는 유저들의 선물에 보답하고자 소울워커 가맹PC방에 직원들을 보내 간식거리를 제공하는 등, 훈훈한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까지만 보면 소울워커 유저들과 제작진들간의 보기좋은 미담으로 남았겠지만, 그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놀라운 작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나눔은 멈추지 않는다. 7일만에 이룬 ‘5천만원’의 기적
앞에서 언급한 유저들의 제작사를 향한 ‘소매넣기’가 너무 과도한 나머지, 유저들이 보낸 먹거리를 제작사는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소울워커 운영진들은 “워커님들의 응원과 선물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며 “저희에게 보내주신 워커님들의 따뜻한 마음을 더욱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희망 스튜디오 재단과 연계된 기부처에 나눔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후 소울워커 제작진들은 일차적으로 식료품들을 가정형 아동 보호시설인 ‘애란모자의집’으로 보냈다고 인증하며 유저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다시금 유저들은 이에 질세라 ‘현실 소매넣기’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소울워커를 즐기는 유저들이 복지 시설에 기부 인증 글을 올렸지만, 소식을 들은 다른 커뮤니티의 유저들도 몰려들며 기부금액은 소울워커 유저 유입 그래프처럼 수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해피빈에서 모금을 받던 ‘애란모자의집’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부금이 200만원정도였지만, 게임 유저들의 기부가 시작된 9일부터 하루 만에 자그마치 3000만원의 기부를 받았다. 이는 기존 금액의 15배인 셈이다. 4월 14일 현재 기부금액은 5700만원을 넘어갔다.
이 놀라운 기적의 주인공인 애란모자의집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매우 힘든 상황에 놓여있었다. 빠듯한 사업 예산으로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번 기부를 통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애란모자의집 관계자는 “밤새 깜짝 놀랄 정도로 모금함이 채워져 있었다. 모금액은 엄마와 아이들의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해 투명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답했다.
작은시작, 하지만 기부는 멈추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소울워커를 즐기는 유저들부터 시작해 대학교수, 농부, 군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십시일반 참여한 ‘기적’이라 불러도 될 법 하다.
또한 놀라운 사실은 이번 기부 사태가 단발성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다른 단체에까지 도움의 손이 이어진 것이다. ‘수원나자렛집’이라는 천주교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해체 가정·무연고 어린이들을 위한 보호시설에도 기부가 이어져 천만원이 넘는 금액이 수원나자렛집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처럼 ‘소매넣기’ 미담에서 시작된 작은 기적이 또 다른 곳으로 이어지길 응원한다.
김동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