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만에 1만1400%.
12일 국내 대형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에 처음 상장된 한 코인이 기록한 상승률이다. 이 코인의 가격은 이후 10분 만에 최고가의 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지만 해당 거래소는 ‘원인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투기세력의 시세조종 등 ‘작전’에 취약한 가상화폐 거래 시장의 취약점이 재차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가상화폐 시장이 다시 투기판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12일 오후 6시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 ‘미스릴’을 상장했다. 상장가인 250원에 거래가 시작된 미스릴은 30분 만에 2만8812원까지 치솟았다. 무려 115배 올랐다. 하지만 이후 10분 만에 다시 7498원까지 떨어졌다. 13일 오후에는 700∼800원대에서 오르내렸다. 특정 알트코인이 상장 이후 30분도 안 돼 100배 이상 올랐다가 폭락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미스릴은 대만계 미국인이 개발한 코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큰 손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투자자 A씨는 “1200만원을 멋도 모르고 미스릴에 투자했다. 진짜 죽을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A씨가 글과 함께 올린 계좌 캡처 화면을 보면 그는 1159만원어치 미스릴 코인을 샀다가 약 93% 손해를 보고 매도했다. 건진 금액은 86만원에 불과했다.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빗썸이 미스릴 상장을 공지하기 전 이미 상장 정보가 ‘인터넷 지라시’로 떠돌았다. 빗썸이 미스릴을 상장할 것이라는 소식은 12일 오후 2시쯤부터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을 통해 퍼진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미스릴 가격은 이후 2시간 만에 23% 상승했다. 빗썸은 오후 3시 미스릴 상장을 공식 발표했다.
투자자들은 빗썸에서 상장 정보가 사전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빗썸은 의혹을 강력 부인하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상장 정보는 내부적으로 극소수 인원만 알고 있다. 내부자가 거래하는 것도 모두 퇴사 사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의 취약점이 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가상화폐 시장은 주식시장과 달리 상·하한가 30% 같은 제한도 없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거래소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여전히 전혀 알 수 없다”며 “코인에 대한 정보 제공도 충분히 하지 않고 마구잡이 상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빗썸은 상장을 공식 발표하면서 미스릴에 대해 “이더리움 기반의 분산형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라고 설명했지만 내부적으로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쳐 상장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