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내게 K팝 스타 같은 존재”

입력 2018-04-14 00:06
‘국정농단 사건' 최순실 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2차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최순실(62)씨가 항소심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박근혜(66) 전 대통령과 자신의 관계를 ‘K팝 스타’와 ‘팬’에 비유하며 사익을 공유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펼쳤다.

최씨는 13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 심리로 열린 자신과 안종범(59)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항소심 2차 공판에 등장했다. 최씨는 준비해 온 발언문을 읽으며 “젊은 시절부터 박 전 대통령을 존경했다. 누구나 K팝을 좋아하듯이 저도 그렇게 박 전 대통령을 좋아했다. 비운의 세월을 꿋꿋이 이겨내고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데서 매료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극적으로 어머니를 잃은 그분의 고통을 같이 나눠드리고 개인적으로 도와드렸을 뿐”이라며 “그런 저를 경제공동체로 모는 것은 남의 아픔과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최씨는 자신을 박 전 대통령과 뇌물수수 공범으로 본 검찰의 공소 제기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박 대통령과 공모할 위치에 있지 않고 재벌을 만나지도 않았다”며 “재벌로부터 밥 한끼도 얻어먹은 게 없다. 제가 사익을 추구했다는 주장에 참담함마저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삼성 현안 문제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고 지금 들어도 전달할 정도로 이해도 못 하는 내용”이라며 “특검이 삼성을 저와 (박 전) 대통령과 엮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딸 정유라씨의 ‘공주승마’ 의혹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최씨는 “언론과 SNS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해 딸이 많이 방황했다”며 “딸이 그렇게 충격에 빠져있는데 말을 태워달라고 하는 건 미친 짓이고, 박 전 대통령에게 승마지원을 말하기에 염치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너무 사실이 아닌 것을 들이대 자살하려고 몇 번 시도했다. 그러나 죽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1심에서 열심히 싸웠지만 상당한 죄를 받았다. 제가 감수할 죄는 받겠지만 항소심에서만큼은 재판장과 배석판사께서 진실을 꼭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최씨는 이날 격정적으로 발언문을 읽어나갔으며 그러는 도중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