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입니다”
오늘도 1층 엘리베이터 문은 쉴 새 없이 열립니다. 1층은 참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간입니다. 아파트 주민을 포함해 택배기사님,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경비아저씨까지 1층을 오가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1층은 우리 모두에게 정이 가는 공간입니다. 내 이웃의 발자국들이 군데군데 묻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1층은 그저 엘리베이터만 기다리는 ‘삭막한 공간’이 돼 버린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빨리 오지 않아 짜증이 나기도 하고 문이 닫히려는 순간 이웃이 오면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기도 하지요. 택배기사님들은 바쁜나머지 1층에서 발을 동동구르기도 합니다. 데면데면한 이웃과 1층에서 만나면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도 하네요. 이런 ‘아파트’라는 공간은 삭막하고 단절된 공간 같아 보입니다.
여기 한 아파트 1층에 피로를 풀어줄 커피, 따뜻한 녹차, 몸에 좋은 율무차가 있습니다. 게다가 분위기를 더해줄 꽃까지 있네요. 여느 아파트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이름은 한 평 카페네요. 안내문에는 이렇게 써 있습니다. “택배 기사님, 경비 아저씨, 청소 아주머니, 우체부 아저씨, 배달 기사님을 위한 한 평 카페입니다.” 마지막에 강조돼 있는 노란 박스의 글씨가 눈에 들어오네요. “집에 있는 차와 간식을 함께 나누고 싶은 주인은 아래에 있는 박스에 담아주세요”라고요.
한 평 카페는 아파트 주민인 정수현 씨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아파트라는 삭막한 공간, 이웃과 말 한마디 없이 단절돼 있는 공간에 조금의 따뜻함을 더하기 위해서 말이죠. 지나가는 이웃끼리 커피 한잔 마시며 잠시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바쁘게 일하시는 택배 기사님, 경비 아저씨 등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정 씨는 “결국 더불어 사는 세상 아니겠냐”며 “택배 기사님, 경비 아저씨, 청소 아주머니 등은 모두를 위해 조금의 수고를 해주시는 분들에게 ‘작은 감사’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작은 감사’는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 씨는 한 평 카페를 홀로 시작했습니다. 혼자 테이블을 마련하고, 커피, 녹차, 물티슈, 포트기 등을 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한 평 카페는 정 씨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아파트 이웃들이 자발적으로 차와 간식을 한 평 카페에 채워 넣었기 때문입니다. 정 씨는 “한 평 카페 초기를 제외하고는 제 돈이 한 푼도 나간 적이 없어요”라고 뿌듯해했습니다. 우리 아파트의 1층은 따뜻함이 넘친다고 말이죠.
택배기사, 경비아저씨, 청소 아주머니 등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아파트에 차량진입이 불가능해 배송물을 직접 들고가지만 이곳에 올 땐 힘이 난다” “이웃 주민들에게 괜히 웃게 된다”고 말씀하시네요. ‘작은 감사’는 참 따뜻한 힘을 가지고 있네요. 노곤함이 묻어 있는 분들의 얼굴을 웃게 하는 거 보면 말이죠.
작은 감사에 ‘감사’를 더 얹는 우리의 이웃들도 있습니다. 요즘은 택배차량이 아파트에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택배기사님들은 무거운 배송물들을 직접 아파트 입구에서 옮겨야 합니다. 택배기사님들은 열악한 환경에 놓이게 되고 소비자들은 경비실에서 택배를 받게 됩니다. 택배기사님도 힘들고 소비자들도 불편해지는 셈이죠. 용인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택배기사님들에게 ‘감사’를 표현해 이를 해결했습니다.
용인의 택배기사님들은 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손수레 등을 활용해 경비실에 두지 않고 주민들에게 직접 배송했습니다. 주민들은 택배기사님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회의 끝에 감사한 마음에 응답하기로 했습니다. 택배기사님들이 힘들지 않게 ‘전동 카트’를 구입해 선물하기로 한 것이죠. 덕분에 택배기사님들은 이 전동카트로 무거운 배송물들을 직접 들지 않고 손쉽게 배송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산신도시가 뜨겁습니다. 아파트에 진입하지 못하는 택배기사님들을 상대로 직접배송은 물론, 아파트 출입카드 비용으로 택배기사님들은 매달 만원을 내야 한다고 하네요. 한 평 카페를 처음 시작했던 정 씨와 용인의 아파트 주민들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작은 감사’는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삭막한 1층을 따뜻하게 만들기도 하고 내 이웃들을 웃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모두가 웃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작은 감사’를 표현하고 있나요? 작은 감사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지금 주위를 둘러 내 이웃을 웃게 해주세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재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