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에 대한 정확한 검사와 개입 필요성

입력 2018-04-14 11:00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분주하게 교실을 돌아다니던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있다. 선생님은 수업을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이에게 여러 번 지적했지만, 잠시간의 휴식뿐 이내 교실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행동이 반복되었다. 붙잡고 가르쳐 봐도 집중은 잠깐뿐, 주변에서 나는 작은 소리에도 쉽게 고개를 돌리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선생님은 여러 번 아이의 어머니를 불러 주의를 주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결국 엄마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 상담을 끝낸 의사는 아이에게 다가와 아이에게 조금만 기다려줄 것을 요청한 채 라디오를 켜고 상담실을 나갔다. 복도로 나간 의사는 어머니와 함께 창문으로 아이의 행동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아이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런던의 로열 발레학교에 입학했다.

1926년에 태어나 세계적 무용수이자 안무가가 된 질리언 린(Gillian Lynne)의 실화다. 로열발레컴퍼니의 일원이었고, 은퇴한 후에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의 안무가로 활동했다. 질리언 린이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고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우리는 그녀가 고안한 우아한 안무를 감상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ADH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그에 대한 처방과 진단도 무수히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ADHD는 현재 국ㆍ내외적으로 학령기 아동에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정신장애로, 미국의 경우 학령기 아동의 최근 유병률은8% - 9%, 한국의 경우 5.9% - 7.6%로 보고되었다. 그만큼 ADHD에 대해 정확한 진단과 검사, 그리고 과학적인 결과에 따른 대처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ADHD는 “치료”의 영역에 갇혀 있다.

수인재두뇌과학 정영웅 소장(평촌센터)은 “ADHD와 관련해서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인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에서 이미 충분한 임상연구를 통해 진단기준이 발표된 바 있고, 점차 그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인지훈련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면서 최근 한국에서도 원인 및 치료에 대한 연구들이 다양하게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는 진단과 치료라는 임상적 접근에 한정되어 있는 관점이며, 아이의 삶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한다. 정영웅 소장은 “삶이라는 기나긴 과정에서 겪게 되는 성장통을 현명하게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아이는 물론이고 부모 역시 지적이나 꾸지람이 아니라 아이의 행동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일관된 양육태도를 통해 아이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확한 진단과 인지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최근 활발한 검증과 연구로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가 뉴로피드백을 이용한 ADHD 개선 프로그램이다. 뉴로피드백은 뇌파의 자발적 조절을 통하여 정보처리의 효율성을 높여주고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집중력 관련 첨단기기이다. 정밀하게 조직된 신경학적 두뇌훈련 시스템을 통해 시행된 뉴로피드백 훈련은 다양한 인지능력의 개선에 활용되고 있다. 뉴로피드백 훈련을 통해 주2~3회 신경활동 패턴에 변화를 줌으로써 긍정적인 신경망 패턴을 고착화시키고 인지정보를 처리하는데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줄 수 있다. 뇌파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두뇌의 활동이 변화하여야 한다.

뇌파는 시상-기저핵-피질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두뇌의 전기 활동이 합쳐져서 나타나므로, 뇌파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이 두뇌 영역들의 활동과 연결이 변화하여야 한다. 뉴로피드백 훈련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나아지는 듯 하다가 다시 수행이 쇠퇴하는 경험을 반복하는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의 두뇌 활동에 대한 통제력을 얻는다. 이런 이유로 뉴로피드백을 ‘학습된 뇌파 정상화 과정’이라고도 부른다. 정 소장은 “뉴로피드백 훈련을 통해서 자기조절능력을 갖고, 가족과 친구들과 적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신경학적인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ADHD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다.

바이오피드백 훈련 또한 정서적 이슈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데 아이의 자율신경계의 개선과 조율을 통하여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조금씩 개선하게 도와주어 과잉행동을 자주 보이는 아이나 적절한 시기가 아닌데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와 같은 행동을 보일 때 임상적으로 효과가 입증되고 있는 훈련이다. 실제로 우리 아이의 모습이 이상하다고 호소하는 부모들이 있는데,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반응에 대한 행동이 적절하다고 보기에는 아무래도 좀 이상한 아이가 있다면 빠르게 정확한 검사를 해보고 적절한 개입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언어와 사고 연구실’의 연구협력기관인 수인재두뇌과학은 뇌기능검사, 종합주의력검사 및 행동평가척도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개별적인 훈련 프로토콜을 수립하여, 신경가소성 원리로 접근하는 ADHD 개선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학습능력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뉴로피드백, 바이오피드백, 레하컴, 감각통합훈련, 시지각인지훈련 등의 다양한 비약물 두뇌훈련을 실시한다. 또한 신뢰성 높은 데이터를 활용한 부모 상담으로 아이의 행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