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그 날 달력을 엄마는 차마 버리지 못했다

입력 2018-04-14 05:00
온라인 커뮤니티

누렇게 빛 바랜 종이. 아직도 2014년을 가리키는 달력. 엄마의 시간은 4년 전 그 날에 멈춰 있다. 그 날 딸이 느꼈을 설렘을, 그러다 겪었을 끔찍한 두려움을, 그렇게 맞이한 믿지 못할 죽음을 이 안에 담았다. 그래서 일까. 이 종이 몇 장을 엄마는 차마, 버릴 수가 없다.

제주도로 떠나기 전 몇 번이고 보고 또 봤을 달력에는 아이의 설렘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15일부터 18일까지 ‘수학여행’이라고 적고 특별히 빨간색으로 ‘하트’까지 그려 넣었다. 참 오래 기다렸을 여행. “잘 다녀오겠다”던 아이는 끝내 엄마를 다시 마주하지 못했다.


그 날 그 바다에 다시 노란 꽃이 피었다. 벌써 4년.

2014년 4월 15일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엔 삼삼오오 모여 왁자지껄 떠드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간다고 했다. 이튿날 16일,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4명을 포함해 탑승객 476명을 태운 배가 바다로 가라앉았다. 이중 172명 만이 살아남았다.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 발생한 대참사였다.

채 못 다핀 아이들 그리고 여행의 꿈에 부풀었을 탑승객 대부분을 이렇다 할 구조도 마음껏 못해보고 차디 찬 바다에서 떠나 보내야만 했다. 특히 안산 단원고 2학년 교실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던 아이들은 몇 되지 않았다.

만약 그 날 그 배에 오르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은 지금쯤 얼마나 만개했을까. 세월호 참사 4주기. 아직도 그 바다는 시리고 차갑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