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이자 ‘땅콩 회항’의 주인공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동생인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부 전무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광고업계에선 추가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겨례는 복수의 광고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조 전무가 대한항공 광고를 맡으면서 여러 광고 대행사에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 전무와 일을 했던 광고제작자 관계자는 “회의 때 화가 나 테이블에 펜을 던졌는데 펜이 부러져 직원에게 파편이 튄 적이 있다”며 “‘재수없다’고 얘기한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나이가 지긋한 국장들에게 반말은 예사였고 대한항공 직원에게 ‘너를 그러라고 뽑은 줄 아냐’는 식의 발언도 들었다”고 부연했다. 같은 회사의 또 다른 관계자도 “직원이 제주도에 가서 직접 확인해야 하는데 이것을 안했다고 소리를 지르며 ‘꺼지라’고 한 적도 있다”며 “이 때문에 직원들이 황급히 떠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다른 광고제작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 올 때 타고 온 차 키를 직원에게 던지며 발레파킹을 맡긴 적도 있다”며 “그래서 우리를 포함해 일부 광고대행사는 직원들이 너무 힘들어해 대한항공 광고를 기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 전무와 함께 한 행사가 있었는데 행사장 문 앞으로 영접을 안 나왔다고 화를 낸 적도 있다”는 또 다른 광고 제작사 관계자의 증언도 있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일련의 일들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이번 일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직장인의 익명 커뮤니티에 조 전무의 ‘갑질’을 폭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조 전무가 지난달 광고대행사 직원들과 대한항공 영국편 광고 캠페인에 관한 회의를 진행하던 중 질의응답이 불만족스럽다는 이유로 팀장 얼굴에 물을 뿌렸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한항공 측은 회의 중 언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컵을 바닥으로 던지면서 물이 튀었을 뿐 직원 얼굴을 향해 뿌리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조 전무가 회의에 참석한 광고대행사 직원들에게 개별 문자를 보내 사과했다고 설명했다. 조 전무는 자신의 SNS에 “어떤 상황에서도 해서는 안 될 행동으로 더 할 말이 없다”며 “어리석고 경솔한 제 행동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그러나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조 전무의 사과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유다. 2014년 ‘땅콩 회항’ 사건 당시 조 전무는 언니인 조 전 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했을 당시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는 검찰이 조 전 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메시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당시 논란이 커지자 조 전무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날이 언니가 검찰에 출석하는 날이었는데 우연히 인터넷 기사 댓글을 보다 어느 분이 너무 극악한 내용을 올려 잠시 복수심이 일어 속마음을 언니에게 보낸 것”이라며 “그러나 곧 후회했다”고 해명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