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 모녀’ 사건 발생 후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기준이 까다롭고 신청 절차가 복잡해 복지 사각지대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충북 증평에서 발생한 모녀 사망 사건도 현행 제도로는 막기 어렵다.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증평 모녀는 자산만큼의 부채를 가지고 있던 한계 상황이었지만 기초생활보장 제도와 긴급복지지원 제도를 신청했어도 급여를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땜질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복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현행 기초생활제도는 급여별 선정기준 이하의 소득을 가진 빈곤층 수급자를 지원한다. 하지만 소득 산정 때 재산 부분이 포함된다. 증평 모녀의 경우 압류 상태여서 처분이 불가능한 자동차 문제로 혜택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시민단체의 설명이다. 시민단체는 주 소득자인 남편이 사망했을 때 신청할 수 있는 긴급복지지원제도도 소득이나 재산 기준에 걸려 선정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보건복지부의 위기가구 발굴시스템 강화나 증평군의 공동주택 관리비 및 임대료 연체 가구 조사 등의 대책 역시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전수조사나 발굴체계에 의지하기보다 빈곤에 대한 인식변화를 통해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송파 세 모녀의 죽음 이후 복지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일제 조사가 여러 차례 이뤄지고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등 직접 발굴 프로그램이 개발됐지만 발굴된 대상자들 대부분은 복지제도의 까다로운 선정기준 앞에서 돌아서야 했다”며 “근본적 해법은 공적 지원체계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박영아 변호사도 “현행 복지대상 선정 기준은 매우 엄격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신청하도록 독려하는 게 아니라 포기하게 만든다”며 “복지 대상자 선정 기준 자체를 낮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