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끼리도 못믿는 보이스피싱 조직… 서로 ‘동영상 감시’

입력 2018-04-13 06:15

검찰 등 수사기관 직원을 사칭해 수억원을 빼앗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중국에 머무르고 있는 총책은 한국 하부조직원들에게 동영상 선서를 받아 내고 이를 검찰에 넘기겠다고 협박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장악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수사기관을 사칭해 돈을 받아낸 후 중국에 있는 총책에게 송금한 혐의(사기)로 보이스피싱 조직 국내 관리 총책 이모(34·여)씨 등 3명을 구속하고 5명을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총책 김모(37·여)씨와 콜센터 직원들은 중국에 머무르며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검찰청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이들은 피해자에게 “통장이 범죄에 이용됐으니 돈을 찾아서 수사관에게 넘겨라”고 속였다.

점조직 형태로 범행에 가담한 전달책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 돈을 받아냈다. 이들은 16차례 총 3억4600만원을 빼앗았다. 화장품 도매업체를 운영하는 윤모(34·여)씨 등이 이 돈을 중국 총책에게 넘겼다. 한국 화장품을 사들여 중국인들에게 되팔고 그 수익을 중국 총책에게 건네는 ‘환치기’ 수법이 사용됐다.

김씨는 전달책 등 하위 조직원에게 위조된 금융감독원 서류를 들고 ‘도주를 하거나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제 모든 정보를 검찰청에 넘길 것을 동의한다’고 선서하는 장면을 촬영케 했다. 하부 조직원이 돈을 들고 달아나거나 배신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중간에 범죄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했던 한 전달책은 ‘이걸 넘기면 너도 처벌받는다’고 협박받았다. 경찰은 중국에서 도주한 총책 김씨를 추적 중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