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후원금 사용과 관련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새로운 의혹이 추가됐다. 정치후원금을 정책연구용역비 명목으로 준 뒤 더미래연구소의 기부금 형태로 되돌려 받은 것이다.
자신이나 지인의 계좌로 정치후원금을 직접 보낼 수 없어 자신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연구기관을 통해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 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홍일표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이를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드러난 세탁 사례가 추가로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원장의 2016년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서를 보면 김 원장은 2016년 4월 5일부터 5월 11일까지 집중적으로 8건의 정책연구용역을 각각 1000만원에 발주해 모두 8000만원을 지급했다.
연구용역을 집중 발주한 시점은 김 원장의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기 직전이다. 김 원장의 국회의원 임기는 2016년 5월 31일에 종료됐다.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기 두 달 전에 연구용역비를 집중적으로 뿌린 것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김 원장이 갑자기 19대 국회 임기 말에 이르러 이전에 없던 ‘학구열’이나 ‘정책 의지’가 느닷없이 갑자기 솟구친 것이 아니라면 무려 8000만원에 달하는 연구용역비를 일거에 지출한 경위와 과정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의 2016년 정치후원금 총액은 3억7257만원이다. 5개월 동안 쓰기에는 상당히 큰 돈이다. 국회의원 임기가 끝날 경우 남은 정치자금을 국고에 반납해야 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연구용역비를 대거 지출한 뒤 일부를 운영난을 겪던 더미래연구소로 되돌려 받았다는 것이다. 한 한국당 의원은 “김 원장이 국회의원이 끝난 뒤 야인(野人) 생활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정치자금을 서둘러 돈 세탁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계봉오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가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밝힌 내용은 김 원장의 도덕성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계 교수는 “당시 김 원장 측으로부터 받은 정책용역 대금 1000만원의 절반을 (김 원장이 주도적으로 운영했던) 더미래연구소의 기부금으로 냈다”고 말했다. 김 원장 측이 발주한 다른 정책연구용역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돈 세탁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 원장이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이었던 2008∼2009년 미국 스탠퍼드대 방문연구원으로 연수를 갔을 때 대기업으로부터 스폰서십(재정적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원내대표는 “스탠퍼드대 ‘아시아·퍼시픽 리서치센터’ 자료에 김 원장 이름이 등장하는 2007년 9월부터 2010년 8월 사이 해당 센터 고액 기부자 명단에 삼성전자, 팬택, 동양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이 포함돼 있다”면서 “이들 기업으로부터 ‘스폰’을 받았는지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을 비롯한 반(反)재벌 활동과 재벌 개혁운동에 매진했던 김 원장이 기업 스폰을 받았다면 이율배반적이고 자기모순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6년 더미래연구소로부터 받은 강연료를 축소 신고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원내대표는 “더미래연구소의 사업실행계획서에는 ‘미래리더 아카데미’ 강연의 강사 1인당 강사료를 150만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조 수석이 더미래연구소에서 한 차례 강연하면서 세금을 떼고 28만여원의 강연료를 받았다고 밝혔었다.
리얼미터는 tbs 의뢰로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0.5%가 김 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20대(50.6%)에서도 사퇴 찬성이 과반으로 나타났다.
하윤해 이종선 신재희 기자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