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스모협회, “여자아이도 씨름판에서 내려가라”…‘스모 전통’ 또 논란

입력 2018-04-12 18:03 수정 2018-04-13 04:20
사진=뉴시스


여성은 스모 씨름판(土俵·도효) 위에 올라가지 못하는 일본 스모계의 전통이 재차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4일 일본의 스모 경기장에서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던 관객이 여자라는 이유로 쫓겨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에 이어 12일 아사히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일 스즈오카시 스루가구에서 열린 ‘어린이 씨름’에 초등학생 여아들의 참가가 취소됐다. 일본 스모협회가 “여자는 올라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지역 실행위원회 담당자는 대회 직전이었던 지난 4일 일본 스모협회 측으로부터 전화로 “여자아이의 참가는 자제해달라”는 연락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스모협회 홍보부는 여자아이의 참석을 막은 이유에 대해 “여자가 남자보다 부상을 당하기 쉬워 안전을 고려해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협회의 결정으로 애초 참석이 예정되어있던 5명의 여자아이는 참석할 수 없었다.

시즈오카 스모연맹은 “불참 통보를 받아 실망하고 울었던 아이도 있었다. 어린이 스모는 2015년부터 매년 실시된 행사”라며 “여자아이가 참가한 해도 있었다. 다음엔 여자아이들도 꼭 오를 수 있게 해달라”고 이야기했다.

일본 스모협회는 원칙적으로 여성이 씨름판 위에 올라가는 일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 4일 교토부 마이즈루시에서 열린 대회에서도 스모협회는 씨름판에서 응급조치하던 여성 관객에게 “씨름판에서 내려가달라”고 장내 안내방송을 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대회에선 씨름판 위에서 경기가 열린 것을 환영하는 의미로 축하 인사를 하던 마이즈루시 시장이 갑자기 쓰러졌다. 응급조치를 실행한 여성 관객은 의료 종사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스모협회의 대응에 “사람의 목숨보다 전통이 중요하냐”며 비판이 잇따랐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스모협회 핫카이 이사장은 “인명이 달린 상황에서 부적절한 대응이었다”며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여성들의 노력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