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회의 중이던 광고업체 직원에게 언성을 높이며 얼굴에 물을 뿌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 전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다. 한때 ‘땅콩 회항’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의 동생이기도 하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12일 “조 전무가 대한항공 영국편 광고를 맡긴 업체 직원들과 지난달 회의 과정에서 언성을 높이며 물컵을 던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질문에 답변을 못한 광고대행사 측 팀장의 얼굴에 물을 뿌렸다는 주장이 직장인 전용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에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이 제기된 곳은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이다. 이 애플리케이션에는 수일 전 ‘DH와 댕사 미팅 중 땅동생 전무 엉뚱한 걸 물어봄. 댕사 어버버버. 분개 및 분노. 1차 음료수병 벽에 투척. 2차 댕사 팀장 얼굴에 음료수 투척. 며칠 후 댕사 사장 사과’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됐다.
‘DH’는 대한항공, ‘땅동생’은 조 전무(땅콩 동생·조 사장 동생을 지칭한 것으로 추정), ‘댕사’는 광고대행사를 의미한다. 업계 전문용어가 등장한 점으로 볼 때 광고업계 내부에서 큰 공분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그룹 오너가가 광고업계 일각에서 여전히 ‘땅콩 회항’ 논란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사실도 짐작할 수 있다.
언니 조 사장의 경우 2014년 12월 5일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이륙 직전의 대한항공 여객기 안에서 승무원의 견과류 제공 방식을 추궁하며 여객기를 탑승게이트로 되돌려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조 사장은 대한항공 부사장이었다. 이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지만 2015년 5월 항소심에서 항로변경 부분이 무죄로 인정돼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 사건은 한진그룹 오너가의 오명으로 남아 있다. 조 전무까지 갑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불명예를 키우게 됐다.
대한항공 측은 회의 중 언성이 높아진 사실을 인정했지만 조 전무가 광고업체 팀장의 얼굴로 물을 뿌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전무가 물을 담은 컵을 회의실 바닥으로 던진 것은 사실이지만 얼굴을 향해 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