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사칭하고 돈을 뜯으려한 보이스피싱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발신자가 전화를 건 곳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하는 기관인 금융감독원이었다.
12일 금융감독원 광주전남지원에 따르면 지난 3일 조모 광주전남지원장 사무실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나 김기식인데. 나랑 친한 서울대 교수가 호남대에서 강의를 하고 여수를 가기 위해 택시를 타고 광주버스터미널에 갔다가 지갑을 잃어버렸어…”
이날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취임 다음 날이었다. 김 원장을 사칭한 발신자는 서울대 교수가 버스터미널 인근에 있다며 대신 만나 도움을 주도록 요청했다.
조 지원장은 반말투로 지시하듯 말하는 상대방의 태도에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다. 그는 사기범을 검거하기 위해 약속 장소에 나가겠다고 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금감원 광주전남 직원 2명이 경찰과 함께 약속 장소에 도착했지만 범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발신된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으나 착신도 되지 않았다. 조 지원장은 “통화 도중 신고를 할 것 같은 낌새를 느낀 범인이 범행을 중단한 것 같다”고 했다.
금융감독원 광주전남지원은 지난 5일 보이스피싱 예방에 기여한 광주와 전남지역 금융회사 5곳의 직원 8명에 대해 금융감독원장 명의의 감사장을 전달했다. 당시 범인과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에 나갔던 금감원 직원은 “요즘 보이스피싱 범죄 유형 중 특정 장소에 돈을 가져다놓으라고 하거나, 만나서 전달해 달라는 사례가 있다”며 “이번에도 그런 유형으로 파악하고 범거를 유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