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레알 마드리드가 극적으로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했다.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거센 압박을 이겨내고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페널티킥 골로 자력 진출을 확정했다.
레알은 12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유벤투스와의 대회 8강 2차전에서 1대 3으로 패배했다. 최종 전적은 1승 1패가 됐지만 3대 0으로 승리한 1차전 전적을 포함한 최종 스코어에서 4대 3으로 앞섰다. 레알은 4강행 막차에 올라탔다.
두 팀은 선발 명단에 모두 최정예를 내세웠다.
레알의 골문은 케일러 나바스가 지켰다. 수비진으로는 마르셀루, 헤수스 바예호, 라파엘 바란, 다니엘 카르바할이 포백을 구성했다. 미드필더는 루카 모드리치, 카세미루, 토니 크로스, 이스코가 자리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가레스 베일이 골문을 노렸다.
유벤투스는 잔루이지 부폰에게 골문을 맡겼다. 불혹을 넘긴 베테랑 골키퍼다. 수비진은 알렉스 산드로, 지오르지오 키엘리니, 메드히 베나티아, 마티아 데 실리오로 구성됐다. 미드필더 블레이즈 마투이디, 미랄렘 피야니치, 사미 케디라가 출격했다. 마리오 만주키치, 곤잘로 이과인, 더글라스 코스타가 레알마드리드의 골문을 조준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 불안
레알은 불안했다. 전반 2분 만에 만주키치에게 제공권에서 밀려 선제골을 헌납했다. 두 번째 골도 비슷했다. 전반 37분 우측에서 온 리히슈타이너의 크로스를 만주키치가 정확한 헤더로 결정지었다. 모두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였고 카르바할은 실점장면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크로스 시기에 파고드는 유벤투스 선수들의 침투가 매서웠다.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등이 뒤늦게 따라왔지만 이미 공은 만주키치의 머리를 맞고 골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세번째 골에서는 나바스의 실수가 있었다. 그러나 실점장면을 보면 유벤투스의 마투이디는 사실상 노마크였다. 덕분에 마투이디는 나바스의 실수를 바로 골로 연결할 수 있었다. 평소 레알마드리드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세르히오 라모스의 소중함
1차전과 2차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라모스의 유무였다. 라모스는 이날 징계로 결장했다. 이 차이가 엄청났다. 실점 장면뿐 아니라 수비 상황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엉성한 모습을 보였다. 시종일관 불안했다. 동료간의 소통은 부족했고 주장 완장을 찬 마르셀루는 선수들의 위치를 조율하고 수비진을 리드하지 못했다. 그 결과는 레알마드리드에 0-3이라는 암울한 스코어를 만들었다. 이대로는 승부가 연장전으로 넘어갈 판이었다. 호날두의 극적인 패널티킥으로 4강에 진출했지만 라모스의 부재는 레알 마드리드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복기했다.
바란은 경기를 앞둔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는 내가 라모스의 역할을 해야 한다. 라모스처럼 수비해야 하고 모든 이들에게 소리치고 상대방을 경계하라고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바란은 1993년생으로 1986년생인 라모스보다 경험이 부족하다. 평소에도 바란은 “라모스 덕분에 내가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를 보면 라모스는 수비력은 기본이고 선수들의 위치를 조율한다. 이에 더해 빌드업, 공격력도 상당해서 수비수이지만 미드필더의 냄새를 풍긴다. 공격적인 세트피스 상황에서 라모스의 헤더는 언제나 상대방에게 위협으로 다가온다. 수비적인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상대방을 압도한다.
라모스의 꽃은 헌신적인 플레이다. 공격적인 성향이 짙은 레알 마드리드의 양쪽 풀백이 올라갔을 때 완벽하게 커버해주는 수비수는 라모스 밖에 없다. 팀이 역습상황에 처했을때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수비수가 라모스다. 라모스의 나이는 33세이다. 나이가 들어도 변함없는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는 점은 레알마드리드 팬들을 흥분케 한다. 많은 수비 유망주들이 라모스를 롤모델로 꼽는 이유다.
박재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