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기형 유발 여드름치료제 오남용 심각, 관리 시급

입력 2018-04-12 09:47 수정 2018-04-12 09:50
가임 여성이 복용할 경우 기형아 및 정신박약아 임신 위험이 각각 30%, 60%에 이르는 성분이 여드름치료제로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어 약사감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임산부약물정보센터(이사장 한정열·사진)는 11일 국회의원회관 제3회의실에서 기동민 의원과 공동으로 고위험임신 예방 프로그램 도입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갖고 심각한 태아기형유발 약물 중 하나인 ‘이소트레티노인’의 오남용으로 인한 임산부 피해가 우려된다며 이 같이 제안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토론회에는 한정열 임산부약물정보센터 이사장(단국의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과 이스라엘 MACABBI연구소 G. 코렌 박사, 고려대 산부인과 홍순철 교수, 보라매병원 피부과 조소연교수, 식품의약품안전처 문은희 의약품안전평가과장 등이 참석했다.

중증 여드름 치료약의 성분인 이소트레티노인은임신부가 복용하였을 경우 35%에서 기형이 발생하며 안면기형, 신경결손, 심장기형, 귀의 선천성 기형, 구순열, 선천성흉선결손증 등을 유발할 위험도 높다. 또 기형이 발생하지 않아도 임신 중 사용할 경우 태아의 정신박약을 유발할 위험성이 60%에 이를 정도로 위험한 약물이다.

한 이사장은 “이소트레티노인 사용자가 임신을 하였을 경우 20%가 자연유산을 경험하며, 50%가 임신중절을 시도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소트레트노인은 여드름 치료제로 많이 사용되는 성분이다. 현재 다국적 제약사 로슈 등 30여개 제약사가 이 성분의 여드름치료제를 연간 50억 원 상당의 1640만정을 국내서 생산, 판매 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중 2만1867명이 건강보험급여 조제로 2만5522건, 14만7862명이 비보험 조제로 17만2636건을 각각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급여 처방이 보험급여 처방의 6.8배에 이르는 셈이다.

이는 허가사항 외의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의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게다가 인터넷 온라인 쇼핑몰 또는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이뤄지는 불법 거래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돼 문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임산부약물정보센터는 이로 인해 최근 10년간 적어도 900명 이상의 임신부가 이소트레티노인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10년 4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총 2만2374명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신 중 이소트레티노인에 노출된 임산부가 650명(2.9%)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소트레티노인은 약성이 감소하는 반감기를 고려해 사용을 중단하고 30일 이후부터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러나 조사결과 사용 중단 후 30일이 지나 안전한 시기에 임신한 경우는 이소트레티노인 노출 가임여성 중 21.1%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피임 권장 기간인 사용 중단 후 30일 이내에 임신이 되어 부작용 위험에 노출된 임산부는 16%, 임신 중 복용한 임산부가 62.9%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가임여성의 안전한 피임을 위한 ‘위해성 관리 프로그램(Risk Management Program)’을 제약사 측에만 맡기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 이사장은 “기형아 및 정신박약아 출산 위험을 높이는 약물 이소트레티노인을 가임여성이 안전하게 사용하고, 임신 시 태아건강도 지키려면 실질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약물유통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임신예방프로그램(Pregnancy Prevention Program : PPP)을 통해 처방의사에 의해 환자를 등록하고 ‘패스워드’를 발급받은 후 지정된 약국의 약사에 의해서만 이소트레티노인제제를 구입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관리하고, 약물 복용 중 피임과 복용 전후 임신여부 검사를 반드시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이런 이소트레티노인 임신예방 프로그램은 미국 외에도 유럽연합과 영국,호주 등의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한 이사장은 “대한민국 가임여성과 태아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고도 남을 만큼 시중에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태아 저격용 총탄이라 할 수 있는 이소트레티노인에 대한 법적 제제와 관리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임신예방프로그램도입을 통해 저출산 극복은 물론 가임여성, 임신부, 태아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