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워싱턴에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났다. 양국 카운터파트의 상견례 자리였다. 볼턴이 취임한 지 이틀 만에 두 사람은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를 나눴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의견조율이 있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정 실장은 11일 조용히 출국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실장 본인이 그러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곧바로 워싱턴으로 가 볼턴 보좌관을 만났고 13일 귀국한다.
백악관도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의 회동을 공식 확인했다. 연합뉴스는 백악관 관계자가 “볼턴 보좌관이 지난 9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했으며 한국 카운터파트의 예방을 받는 차원에서 정 실장과 만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만남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안보 사령탑 간에 소통 채널을 구축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동반성공을 위한 유기적 관계에 각별히 신경을 쓰라고 주문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계 구축이라는 목표는 톱니바퀴처럼 연결된 만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선언을 이끌어 내고, 이를 바탕으로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빅딜'을 이뤄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북미 양국이 의지를 갖고 준비하고 있는 만큼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목표의 달성과 이를 통한 항구적 평화정착에 큰 걸음을 떼는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목표를 위해서 우리는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남북 정상회담 자체의 성공 뿐아니라 북미 정상회담의 동반성공으로 이어지게 하는 역할을 다하는 유기적 관계에 대해서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포괄적 타결-단계적 이행' 구상은 김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조건으로 제시한 한·미의 '단계적·동시적 조치'와 타협할 여지를 충분히 갖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대북 강경파를 중심으로 ‘선 비핵화, 후 보상’ 주장이 존재해 양국 인식 차이를 좁히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북미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에 큰 걸음을 떼는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것은 비핵화 합의가 '담판 형식'이 아닌 긴 호흡을 갖고 접근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