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의 첫 페이스북 청문회는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의 ‘판정승’으로 막을 내렸다. 상원의원들의 부족한 전문성으로 소득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뉴스채널 CNN은 10일(현지시간) 페이스북 청문회에 대해 “미국 의원들이 21세기 기술의 ‘문맹’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자리였다”고 지적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기술이나 수익원에 대한 상원의원들의 이해가 부족해 페이스북 정보유출 사태의 핵심을 짚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청문회에 대한 보편적인 시각이다.
척 그래슬리 상무위원장(공화·아이오와)은 “SNS 공간의 사생활과 데이터 남용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어야 했다. 이번 청문회는 그렇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청문회에선 “게시글 삭제가 가능한가”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가”처럼 기초적인 수준의 질의가 상당수 나왔다. 저커버그 CEO는 그 덕에 큰 실수 없이 ‘방어’할 수 있었다.
존 케네디 의원(공화·루이지애나)이 “내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묻자 저커버그 CEO는 “이미 모든 데이터를 삭제할 권한이 있다”고 답했다. 청문회를 준비하며 페이스북 이용법만 숙지했어도 없었을 질의와 답변이었다.
저커버그 CEO가 진땀을 뺀 순간도 있었다. 페이스북이 2015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문제를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를 받은 질의에서였다. 카말라 해리스 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이용자들에게 문제를 알리지 않겠다고 결정이 내려졌을 때 경영진 중 누가 참여했는지 알고 있는가. 아니면 그런 대화가 전혀 없다고 믿는가”라고 물었다. 저커버그 CEO는 “그런 대화가 있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을 돌렸다.
청문회는 5시간가량 진행됐다. 저커버그 CEO는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격의를 갖춘 표현으로 답했다. 법적 자문역 등으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고 청문회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 청문회를 실수 없이 끝낸 덕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평까지 받고 있다. 저커버그 CEO는 하루 뒤 하원 상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