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선미씨 남편을 청부살해한 곽모(39)씨가 11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곽씨는 송씨 남편이자 자신의 사촌형인 고모(당시 44세)씨와 거액의 상속 재산을 두고 갈등을 빚다 청부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할아버지 재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살인을 사주해 사촌형인 고씨를 무참히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는 살인교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곽모(39)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범행의 패륜적인 성격 등 관용을 베풀기 어렵다”며 “피고인을 사회에서 무기한 격리해 잘못에 대해 참회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씨 피살 사건은 곽씨가 아버지(73)와 공모해 재일교포 재력가인 할아버지(100)의 국내 부동산 600억원 상당을 허위 증여계약서로 빼돌린 게 발단이 됐다. 곽씨 할아버지가 외손자인 고씨와 함께 민·형사소송을 제기하자 곽씨가 앙심을 품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소 자신을 따르던 후배 조모(29)씨에게 “고씨를 죽이면 현금 20억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조씨는 지난해 8월 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미리 준비해둔 칼로 고씨를 찔러 살해했다. 조씨는 처음에 “고씨에게 소송 관련 정보를 팔려고 했다”며 “그런데 고씨가 쓸데없는 정보라며 돈을 안줄 것처럼 말해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며 우발적 살인이라고 거짓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이 곽씨가 살인을 교사한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 노트북 등 압수물을 제시하자 “곽씨가 살인을 교사했다”며 말을 바꿨다. 조씨는 지난달 16일 검찰 구형량보다 7년 높은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곽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부동산을 빼돌리려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할아버지가 재산을 자신에게 증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고씨를 살해한 사실에 대해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던 조씨가 나를 배신하고 소송 정보를 팔아넘기려다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곽씨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혐의 전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할아버지 곽씨가 수사기관에서 일관되게 “곽씨 부자에게 재산을 증여하려고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고, 치매 등 건강상의 문제가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조씨가 살인교사를 받은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조씨가 우발적으로 단독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패륜적인 성격과 살해방법의 계획성·잔혹성에 비춰봤을 때 관용을 베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재산을 정당하게 증여받았고, 살인은 자신과 무관하다며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무엇보다 이 사건으로 고씨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을 잃었고 유족들은 치유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피고인을 사회에서 무기한 격리해 참회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선고 공판을 방청하러 온 송씨는 남편의 죽음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송선미 남편 청부살해범 1심에서 무기징역 선고 “사회에서 무기한 격리돼야”
입력 2018-04-11 16:53 수정 2018-04-11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