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정품만 소비? 전혀… ‘콘텐츠 왕국’ 뜻밖의 골칫거리

입력 2018-04-11 16:04
픽사베이 제공

저작물은 창작자의 재능과 노력으로 빚어낸 산물이다. 저작물에 가치를 부여해 창작자의 수고를 보상하기 위해서는 가공·유통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더 사람들의 고민과 품이 들어간다. 서적·음악·영화·게임·만화는 물론 신문기사와 방송 영상도 모두 저작물이다. 저작물은 ‘공짜’가 아니다.

인터넷·모바일상에서 횡행한 저작물 불법 복제·유통은 산업의 근간을 뒤흔들기도 한다. 한때 영화계와 가요계가 그랬다.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로 해법을 찾아가고 있지만, 합리적인 대가를 받지 못하는 창작자는 여전히 많다. 소비자가 저작물을 무료로 인식하고, 창작자가 비용 절감을 위해 품질을 낮추는 악순환은 콘텐츠 시장에서 계속되고 있다.

‘콘텐츠 왕국’ 일본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일본 만화시장조차 불법 다운로더가 활개를 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복돌이’ ‘복순이’로 불리는 집단이다. 한국출판연감에서 지난해 일본 만화시장 규모는 28억7200만 달러(약 3조650억원)로 집계됐다. 압도적인 세계 1위다. 2위 미국의 만화 시장규모만 해도 6억5800만 달러(약 7020억원)로, 일본의 25%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일본에서 만화 불법 복제·유통은 골칫거리다. 그 중심엔 해적판 만화 사이트 ‘만화마을’이 있다. 만화의 원판을 복사하거나 촬영한 이미지 파일의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자유롭게 만든 사이트다. 일본 만화가협회는 지난 2월 “창작을 위한 노력에 조금도 기여하지 않은 해적판 사이트에서 이익을 챙기고 있다”며 이 사이트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만화마을은 일본 국회에서까지 언급돼 만화시장의 공적으로 지목됐다.

소비자의 비용 지불과 창작자의 고품질 저작물 생산으로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일본 만화시장마저 인터넷·모바일 환경을 악용한 저작물 불법 복제·유통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셈이다. 결국 정부 차원의 조치가 나왔다. 일본 정부는 “해적판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한다”며 이달 중으로 ‘사이트 블로킹’ 제도를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만화마을이 폐쇄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만화마을은 11일 오전 11시부터 접속이 불가능해졌다. 정보통신기술(IT) 전문매체 씨넷 일본판은 “만화마을을 접속하면 ‘잘못된 경로’라는 오류 문구와 함께 ‘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안내창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만화마을에 대한 접속 차단이 정부 차원의 조치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씨넷은 “트위터를 중심으로 ‘만화마을이 폐쇄됐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관련 부처는 이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