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모녀 ‘사망사인 규명’에다 ‘차량매각 의혹’이 더해졌다.
6일 충북 증평군 한 아파트에서 4살 난 딸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40대 여성 A씨의 SUV차량은 그의 여동생이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동생은 차를 파는 과정에서 자신의 휴대전화 대신 언니 A씨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매각 다음 날 출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괴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여동생 B씨는 1월 2일 언니 A씨의 SUV를 1350만원에 중고차 매매상 C씨에게 팔았다. B씨는 이날 서울의 한 구청에서 언니의 인감증명서를 대리 발급받은 뒤 언니의 도장, 차량 등록증 등 매매서류를 갖춰 매각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차는 캐피털 회사가 1200만원의 저당권을 설정해 놓은 상태였다. C씨는 매매 대금을 A씨의 통장으로 입금한 뒤 즉시 B씨에게 할부 잔금을 납부해달라고 요구했지만 B씨는 계속 미루기만 했다. 결국 차량에 설정된 압류를 풀지 않은 채 얼마 뒤 C씨와 연락을 끊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C씨는 같은 달 12일 차량등록증 등에 적힌 A씨의 증평 아파트를 찾아갔지만 문이 잠겨 있어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C씨는 곧 A씨와 여동생 B씨를 경찰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C씨는 B씨가 감감무소식이자 그와 주고 받은 메신저를 살펴봤다. 프로필 사진에는 언니 가족의 사진이 나왔다. C씨는 B씨가 차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숨진 A씨의 전화를 사용했다고 봤다. 또 A씨의 집을 찾아갔을 당시 우편함과 아파트 현관문에는 각종 고지서가 꽃혀 있었다고 진술했다.
B씨는 차량을 처분한 다음 날인 같은 달 3일 해외로 출국했다. 경찰은 모 저축은행이 1월 31일 A씨를 사기 혐의로 추가로 고소하면서 다음날 A씨 집을 찾아갔지만 역시 행방을 찾지 못했다. 이때까지도 A씨 아파트 현관문에는 각종 고지서가 꽃혀 있었다.
경찰은 해외로 출국한 B씨가 자진 출석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검거에 나서고 출국금지 조처도 할 예정이다.
경찰은 A씨 모녀의 사인 규명과 함께 차량 매각과 관련된 의문점을 풀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A씨와 B씨가 공모해 차량을 매각했을 가능성, 언니가 숨지기 전 B씨 혼자 몰래 팔았을 가능성, 언니가 숨진 뒤 차를 매각했을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A씨는 6일 오후 자신의 아파트에서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관리비가 계속 연체돼 이를 이상하게 여긴 관리사무소의 신고로 사망 사실이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는 1차 부검을 통해 A씨의 사인을 ‘경부 자창과 독극물 중독’이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잠정 결론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