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향한 비난, 왜 ‘여비서’ 논란으로 번지나

입력 2018-04-11 14:28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황제여행’을 둘러싼 논란의 총구가 엄한 곳을 향하는 모양새다. 수행 인턴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사실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논란의 본질과 동떨어진 행태다. 당사자가 ‘여성’이라는 점에 이상한 프레임을 씌워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심지어 해당 인턴은 누구인지, 실명부터 사진까지 온갖 ‘찌라시(사설 정보지)’마저 돌고 있다

◇ “인턴이 남자였어도 이런 의혹이 생겼을까요?”

9일 국회 보좌진이 이용하는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 숲’에 김 원장 외유성 출장 의혹 관련 동행한 보좌진이 ‘여성’이었다는 점에 집중하는 현실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여비서’라고 밝힌 글쓴이는 “수행한 보좌진이 남자였어도 이런 식의 의혹이 나오고 ‘여비서’ 신상터는 기사가 나오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감기관 예산으로 출장다녀온 일은 잘못이지만, 꼭 ‘여비서와 둘이’ ‘출장 다녀와서 고속 승진’ 이런 프레임을 만드셨어야 했냐. 인턴은 정책하면 안 되고 여성 보좌진은 남성 의원 수행하면 안 되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그동완 여성 보좌진과 인턴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봤는지 잘 알게 됐다”면서 “매번 ‘여비서’라는 명칭으로 이상한 사람들의 야릇한 상상에 동원되는 직업군이 되는 것 같아 불쾌했다”고 일갈했다.

자유한국당의 ‘피켓’ 역시 도마에 올랐다. 김 원장을 공격하면서 피켓시위를 벌인 한국당은 ‘女비서’라는 단어를 붉은 색으로 강조했다.

◇ ‘여비서’로 표현 말길…“이상한 관계로 몰아가는 뉘앙스”

‘여비서’라는 말 자체부터 고쳐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방송인 김어준은 11일 tbs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정부 요직 인사에 대해 야당이 엄격한 잣대를 갖고 조사하자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정부 여당과 당사자가 해명하고 반박하는 장면 역시 익숙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 공세와 해명, 반박과 재반박의 과정을 통해 여론을 자기편으로 만들 만큼의 설득력을 얻는 쪽이 그 정치적 과실을 가져갈 것”이라면서 “이런 공방을 통해 공직에 요구되는 기준이 점점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겠다며 말을 이어갔다. ‘여비서’라는 표현때문이었다. 그는 “인턴까지 출장에 동행할 이유가 있었냐는 지적은 할 수 있다. 그런데 거기서 왜 그 인턴을 여비서라고 표현하며 유독 여성을 강조하는 건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 프레임은, 그러니깐 여성을 강조해 부적절한 관계일지 모른다는 그런 뉘앙스를 풍기려는 수작 아니냐”고 설명했다.

여기다 한 언론사는 관련 기사를 전하면서 #여비서와 출장 #안희정 비서와 출장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 성폭력 사건을 연상케하면서 2차 가해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신상털기’로 2차 피해도 우려

‘여성’이라는 사실로 온갖 논란을 마주하고 있는 가운데, 동행 인턴에 대한 난무한 ‘신상털기’ 시도로 2차 피해 또한 우려된다.

미디어오늘 11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 신문사 초판에 한 여성의 얼굴이 실렸다. 김 원장 해외 출장 지 동행했던 인턴이었다. 이 신문은 선글라스를 낀 김씨의 얼굴에서 선글라스 아랫부분만 모자이크 처리해 ‘SNS에 올린 女인턴 로마 기념사진’이란 제목을 달았다. 이 사진은 2판부터 삭제됐다.

SNS를 중심으로 번진 ‘찌라시’에도 인턴의 사진부터 나이와 실명까지 개인 신상 정보가 담겨 있어 본질을 흐리는 ‘신상털기’ 수준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